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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Aug 06. 2020

겨울나비. 43. like Father like Son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대학 시절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한 친구와 자주 마주쳤다. 교양과목 강의실에서 만났다. 한동안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경영학과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는 행정학과였다.

나는 가끔 학교 신문에 투고했다. 원고지 몇 장에 고료로 500원이 나왔다. 그와 함께 쓴 막걸리 한 되와 신 김치가 먹으면 120원이었다.

그는 내가 해 입은 구호물자 양복 윗도리를 입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내 윗도리를 입고 사진 찍은 친구는 그 말고도 H가 있었다.

H는 국민카드 영등포 지점장이었다. 얼마 전 사무실에 그를 찾아가서 점심 한 그릇 잘 얻어먹었고 또 그를 찾기가 뭣해서 주춤대던 세월이 조금씩 조금씩 지났던 어느 날, H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 그만두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왕 놀 바에는 공부나 하고 놀아라."

H는 지하철 경복궁역과 인접한 생산성 본부에서 부동산 컨설팅 공부를 하고 있다.

H와 함께 L을 보러 갔다. 홍익대 근처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에 그는 부인과 함께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한때 SK 자재부장 하던 그가 한 번은 크라운 베이커리를 해서 들어먹고, 한 번은 사슴농장과 양어장으로 사슴과 고기를 다 죽이는 고통을 당하고, 그는 절망 위에서 가진 재산과 능력을 다하고 은행 돈까지 끌어들여 편의점을 냈다.

IMF 태풍은 그라고 예외는 아니었으나 그는 당당하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고, 고객이 줄고 매출이 줄었으나 사람 구하기는 쉬워서 좋지만 쓸만한 사람은 드물어."

하며

” 여기 사람들이 잘 안 와. 동네 슈퍼보다도 비싸니까. 늦게까지 문이 열려 있으니 마지못해 오는 손님들이 몇 안 되지. 불황이 심각해."

표정이 어둡다.

대학 시절 그가 우리 집에 가끔 올 때는 부모님께서는

 "우리 사위 삼았으면…."

하던 그는 지금 부인과 연애 중이었다.

L이 가끔 그녀를 서운하게 할 때 그녀는 나를 만나자고 전화해서는 

"어쩌면 좋아요. "

했던 세월이 있었다.  지금 아비  아들들은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교에 다니지만 세 아비는 아들 흉을 점심 반찬 삼는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공부보다 게임 좋아하고, 방은 쓰레기통이고, PC에는 포르노가 뜨고, 휴대폰 잡으면 세월 가는 줄 모르는 것이.... "

세 친구 아들놈들이 하나같이 똑같다. 서로 이해를 하면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아이들 개성이 무개성 답답하다고 한탄이다.

중국 식당에서 짜장면과 군만두와 배갈 ‘도꾸리’로 젊음이 하나씩 성숙의 벽돌을 쌓아 가던 우리들 젊은 날도 우리 아버지들 눈으로 보실 때도 유치하고 불안하셨겠지.

"나는 아들이 불안한데 밖에서 볼 때는 왜 그러냐 하는 거야. 잘하고 있다는 거야. 집과 밖의 행동이 다른 모양이지."

“맞다 맞아.”

아비 셋이 껄껄 웃는다.

아들 녀석들은 귀를 파고 있겠지. 누가 내 욕 하나?

우리 아비 젊음은 춥고 배고팠기에 정말 우리는 자식들에게 그런 세월을 주고 싶지 않았다.

"맛있는 거 먹자고.... 편의점 사장 친구의 말이었으나

“돌솥 밥이 좋다.”

두 친구가 이구동성이다.

밥 먹고 커피는 돌솥 집에서 내주는 커피를 마신다. 자식을 위한 삶과 우리 삶이 더는 무너지게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이대로는 무너질 수 없지 하면서 갑자기 서로 말이 없어졌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잊히고 남은 세월이 너무 아득하다..

서로 눈빛이 마주치면서 서로 마음을 읽는다.

그래도 살아 볼 만한 세월이야. 힘들어도 우린 살아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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