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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Oct 29. 2020

겨울나비. 56 경리직원의 회장 노릇

투자하니 졸개되네

나는 집 담보로 ‘억’ 소리 나게 융자 받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장에 투자했다. 동네방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해서 비료 만든다. 비료를 만들어 판다니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다. 한참 음식물 쓰레기 대란 나던 때에 적시 아닌가. 눈에 해태가 쓰였다.

회사 일로 20년 업무로 친한 조 회장이 권유해서다. 조 회장은 한남동 재건축 시행자였다. 그는 회사와 관계에서 성실하게 일해주었다. 나는 그를 된. 나는 나이 오십, 그는 육십 줄이다. 그가 말했다. 사업이 은행 이자보다야 낫지.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ISO 컨설팅 동업자 공 부장도 내 말 듣고 투자한다고 한다. 여러 날 여기 동두천 현장 공장을 보니 내용이 부실했다. 내가 권유하고서 불안했다. 공 부장에서 하지 말라고 막았다. 고민 끝에 공 부장도 투자했다. 황 형이 한다니 나도 믿습니다.

세상은 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마련이다. 조금씩 나중에 파악하니 조 회장은 자신이 나보다 앞서 투자하고선 그 돈을 내 돈으로 회수를 했으니...

여기 사장은 공장 소유자다. 그는 이 씨다. 기술 상무가 따로 있다. 60줄 나이 그는 공장 기술 관리한다. 그는 내가 오기 전에 기술과 관리를 담당했다. 내가 관리 상무라 해도 그는 관리 박 과장과 한통속이다. 이 사장과 조 회장이 연줄로 알게 되어 조 회장이 먼저 투자를 하고는 나와 공 부장을 끌어들였다. 얼씨구나 하고 나와 공 부장은 우리는 주주로서 투자하고 참여했다. 잘 되는 일에 남을 부를 일이 있나.

내가 맡은 역할은 관리와 경리이다. 나는 상무다. 빛 좋은 상무다. 여기선 직위를 붙이면 된다.

나와 공 부장은 매달 입금되는 음식물 쓰레기 수수료에서 급여를 받기로 했다. 첫 달은 150만 원 받았다. 은근히 불안하다. 은행 이자 내고 나면 뭐가 남나.

관리를 맡은 박 과장이 과장 전결로 한 달에 1억을 쓴다.

"물품을 사기 전에 물품 청구에 대한 결재를 맡아라."

내가 지시했지만 다 쓰고 영수증이 달랑 올라온다.

나는 서울에서 동두천까지 출퇴근하며 회사 일 본다.

지출 결의서 없이 과장 전결인 회사의 틀을 잡으려고 사장에게 이것은 안 되겠다. 내가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움직이겠다고 했지만

" 바로 그러면 상대방 기분이 나빠질 거예요."

하는 이 사장이 통 큰소리해서 한 달을 지켜보고 있다.

한 달 수입과 지출을 따지며 미수를 독려하여야 하겠기에.

경리 A 양에게

"이 달 입금 예정 총액과 입금액과 미수금 현황을 뽑아서 일일 보고해주었으면 해요."

" 나는 너무 바빠요."

내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과장은 매일 신바람 나게 쓸 돈 이기는 하지만 상급자 결재 없이 집행하고 있다가 이제는 돈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망할 놈의 회사인가.

내 돈 1억, 함께 다른 이들은 4억이 물 쓰듯 사라지고 있다.

나는 우리의 돈이 날아가지 않도록 통제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A 양의 경리 장부를 본다.

검은 글씨가 이어지다가 적색으로 숫자가 있다.

"이 글씨는 다시 돈이 들어왔다는 것입니까?"

하니

"눈에 잘 띄라고 썼어요."

" 안 돼요. 장부의 잉크색은 마구 쓰는 게 아닙니다. 흑색이나 청색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색은 나간 돈의 회수나 적자일 때예요."

다시 장부를 보니 항목에 지급 처가 있고 금액은 없이 공란이다.

"여기 금액은 어디 갔습니까?"

" 금액을 깜박 잘못 써서, 아래에 써서 이렇게 줄을 그어놓았어요."

나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장부는 잔액은 상당 부분 두 줄로 그어져 있는 것을 나는 이해한다.

장부의 오기는 두 줄 그어 고치는 것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일일 시재와 장부의 금액이 맞지를 않는다.

" 왜 금액이 틀립니까?"

" 어머, 왜. 이래. 저도 못 찾겠어요."

A는 퇴근 때 금전 출납부를 책꽂이에 꽂고 다닌다.

야근조 근무자들이 심심풀이로 장부를 보며 시재를 알고, 남의 봉급과 임시 지급 내용을 가지고 설왕설래를 한다.

금전출납부는 회사의 기밀이며 대외비 장부이다.

A를 불렀다.

사실 나는 더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부를 때마다 한 템포 늦게 대답하는 A의 기분을 나는 이해한다.

좁쌀…

하는 소리.

"장부를 퇴근할 때는 잘 보관해두어야겠어요. 다른 직원들이 들여다볼 서류가 아니니까."

" 이 큰 것을 어디다 보관을 해요?"

내게 묻는다.

" 여기 서류함에다 넣고 채우면 되잖아."

내 목소리에는 노여움으로 커진다 .

A가 외부의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는 음담 조로

" 함께 만나면 젊은 애인이라고 하세요. 나이보다 젊어지시잖아요."

엉뚱한 소리를 들으면 닭살이 돋는다.

사내들이 저런 말을 하면 성희롱이고 젊은 여자가 하면 애교라나.

실내 온도는 20도.

내가 25도로 올리면 A는 다시 20도로 낮춘다.

"한잔할까."

하고 일어서자!

A는

" 3일 된 거라. 맛이 갔을 거예요."

커피 물이 든 유리 통을 들고는 한 줌 커피 가루를 다시 묵은 가루 위에 더 뿌린다.

" 아니 먼저 것은 버리지?"

" 아깝잖아요."

나는 그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나중에 나는 그 맛이 간 커피 가루를 버렸다.

내 커피잔을 집에서 가지고 오고, 커피를 가지고 와서 내가 한잔 타서 마시고 다시 A에게 타 주었다.

비 오는 날 오후, 커피 향기가 에어컨 바람에 날리고 좁쌀영감 된 된 처지가 갑자기 처량해진다.

서른둘 나이로 동두천 변두리 여기까지 와서 일하는 A를 이해하여야 하나. 말해야 하나. A가 일을 제대로 할 때까지 내가 좁쌀이 될까. 내 깊은 고민은 커피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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