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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l 06. 2022

두 다리로 균형 잡기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어릴 적 아빠에게 배운 적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나와 달리 오빠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     


난 오빠에게 넌지시 물었다.     


‘오빤 자전거 어떻게 배웠어?’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저절로 타졌어.’     


오빠는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정말 그게 가능할까? 어린 마음에 겁이 나서 선뜻 도전하지 못했다. 난 그 이후부터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자동차와 같이 바퀴 달린 것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요즘 거리에는 나란히 주차되어있는 공유 자전거와 공유 킥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나를 빠르게 지나쳐 가는 각종 바퀴가 말을 거는 것만 같다. ‘넌 대체 왜 이렇게 힘들게 걷고 있니? 나처럼 빠르게 갈 수 있는데 말이야.’ 마치 이솝우화 속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쌩하고 굴러가는 바퀴들이 코웃음 치며 데구루루 굴러간다. 난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괜찮아 나에겐 두 다리가 있어. 이 다리로 말할 것 같으면 백 만불 짜리 다리야. 자동차로 따지면 고급 SUV라고 할 수 있지. 밥과 술을 넣어주면 언제든지 나아가.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일반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걸 본 적이 있다. 40대 아주머니는 뒤늦게 자전거에 도전했다. 그는 겁을 내는 그녀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용기를 주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연신 ‘놓지 마세요. 잡아주세요.’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그녀는 쓰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자전거를 배워갔다. 그는 그녀에게 잠시 쉬기를 권했지만, 그녀는 모두 마다하고 계속해서 자전거를 탔다.


시간이 흘러서 그의 손이 그녀가 타고 있는 자전거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그런 줄도 모르고 홀로 바퀴를 열심히 굴리면서 균형을 잡았다. 그렇게 서서히 두 발로 자신의 자전거를 움직였다. 그녀의 얼굴에서 싱그러운 웃음이 피어났다. 그녀의 도전을 보면서 문득 자전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에 앉아 동그란 두 바퀴에 몸을 의지한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긴장된 몸은 경직되어간다. 언제 넘어질지 몰라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페달에 발이 헛디뎌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툴툴 털고 일어나서 다시 도전한다. 아프고 쓰라리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자전거를 배우는 모습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조금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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