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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l 08. 2022

난 여전히 글을 씁니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그 한마디였다.


부족한 내 글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며 봐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전 그런 당신 앞에서 매번 긴장합니다. 시험지 채점을 앞둔 학생처럼 온몸은 경직됩니다. 내 두 눈동자는 종이 위에 있는 당신의 펜 끝을 하염없이 쫓습니다. 글을 읽고 나서 동그라미, 세모, 별표와 같이 좋았던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줍니다. 당신은 내가 보지 못한 그 너머를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을 알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만든 글쓰기 근육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 같아서 불안했습니다. 한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동기가 생기지 않아서 다양한 온라인 글쓰기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잘 쓰고 싶었던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습니다. 그 묵직한 무게에 짓눌려서 펜을 들 수 없었나 봅니다.       

내가 쓴 글이 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멋스럽지 않고 투박하며 한없이 다정하지만 냉정합니다. 괜찮지도 않은 데 쓸데없이 괜찮은 척을 하고 있습니다. 습관처럼 애써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신경 쓰입니다. 쓰고 싶은 글과 보여주고 싶은 글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집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것처럼 글을 쓰다가 방향을 잃고 헤맵니다. 잘하고 싶다, 잘 쓰고 싶다는 것에서 ‘잘’이라는 글자를 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합니다. 현실이 가난해서 마음마저 가난해지는 것이 안쓰럽고 애틋합니다.    

  

저는 그런대로 살고 있습니다. 잘 살지도 그렇다고 못 살지도 않습니다. 딱 하루치의 행복함, 다정함, 편안함, 불안함을 안고서 살고 있습니다. 그날의 치사량을 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적당한 날이 매일 반복됩니다. 아직은 나름 감당할 수 있는 삶인 것 같습니다. 오늘 누릴 것을 아끼며 저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자가 생기는 일 또한 없습니다.     



전 여전히 글을 씁니다. 돈도 안 되는 글쓰기를 본업보다 더 열심히 합니다. 쓸데없는 딴짓에 불과하지만... 전 그런 딴짓을 몇 개 더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죄책감을 조금 덜 느끼게 합니다. 고맙단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글을 통해서 조금은 나를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글을 포기하지 않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처음 그때의 맘으로 가볍게 글을 쓰니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잘해야지 하는 다짐보다는 글을 쓰는 행위를 즐겨야지 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나를 알아가는 방법.

마음에 생긴 찌꺼기들을 풀어낼 방법.

그 안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글을 쓸 방법.

모두 당신이 글쓰기를 알려준 덕분입니다.     

당신도 글을 쓰고 있나요? 전 당신도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내 글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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