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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Nov 19. 2021

민들레, 홀씨야

바람에 날리우렴

몇 없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면

괜히 설레게 봄이 온 것만 같아


이건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어

이마 빛은 해를 반사시켜 튕기듯 지구를 밀어내


오늘은 피하고 싶었는데 민들레 홀씨

내 앞에 불어와 "오늘은 여기 필 거야."

"오늘은 여기서 자랄 거야."

"오늘은 조금도 크지 않을 거야."


화려한 꽃은 될 수 없는 거야?

오월은 장미의 달이라던데, '로즈데이'라는 기념일을 가지고는

더 빛을 뿜어내는 장미가 될 수는 없었던 거야?


노교수가 품에 끼고 사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미가 되어

누군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어떠한 의미가, 무수한 추측이, 활발한 논쟁거리가 될 수는 없는 거야?


오늘은 기어코 멀리 날아가

장미가 될 거야. 튤립이 될 거야.

라넌큘러스가 되어 꽃길에 뿌려질 거야.


'한 평생 빨간색으로 살다 지고 떨어질 텐데

괜찮겠어?'


……?


나는 노랑이 될래. 하양이 될래. 푸른 초록이 되어

내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힘들면 잠시 쉬어 물을 마시고는

또다시 비행하다

한 아이의 숨결에 갈라져 머무를래.


내 멋대로 살다

내 멋대로 울고 웃다 행복할래.


나는 민들레가 될래.

                                                                                                                                                     나는 민들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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