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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선수들처럼 (겔 18:26-32)

역전의 은혜를 경험하고 계십니까?

by Sue Park



요즘 TV에서는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르는 대표팀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2002년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른 모습을 본 뒤로 축구의 월드컵만큼은 늘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됩니다. 특히 다음 행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가 열리면, 사람들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모여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모여 응원하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존재인지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태클을 당하면 많은 사람이 분노하며 상대 선수에게 경고를 줘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손흥민 선수가 같은 태클을 가하면 “그 정도는 괜찮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마음이 기울어져, 절대적인 경기 규칙보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기준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규칙’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심판만이 그 기준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말씀이라는 규칙 안에서 살아가는 선수입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 하나님을 불공정하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경고를 받으면 분노 대신 자신을 돌아보며 경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신중히 살아가야 합니다.


신앙인은 하나님이 정한 규칙 안에서 살아야 하며, 규칙 위반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에스겔 18장에는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만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아들들의 이가 시다”(겔 18:2)라며, 조상의 죄로 자신들이 고통받는다고 한탄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만약 다윗 시대에 살았다면 나라는 강하고 성전은 견고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 세대의 죄로 나라가 무너졌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흙수저 세대’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쳤습니다. 바로 ‘심판이 누구인가’입니다. 우리의 심판자는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물질이나 환경이 아닌 ‘말씀 안에 거하는가’를 기준으로 심판하십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불행을 조상 탓으로 돌렸지만, 심판자는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할 것이요, 아버지는 아들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하리니, 의인의 공의도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악인의 악도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겔 18:20)

하나님은 부모의 공로나 죄를 자녀에게 전가하지 않으십니다. 이스라엘이 포로로 잡혀가긴 했으나, 그들은 하나님의 공정한 경기장에서 0:0으로 새 출발한 것입니다. 신앙은 ‘잘살고 못 사는 문제’가 아니라 ‘사는가 죽는가’의 문제입니다.


에스겔 18장은 세 세대의 예를 통해 개인의 회개를 강조합니다.

첫 번째 세대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복을 누렸습니다.

두 번째 세대는 죄를 지어 모든 복을 잃었습니다.

세 번째 세대는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죄악을 보고 두려워하며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 번째 세대를 가장 복된 세대로 보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죄의 결과를 직접 보고 하나님을 경외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아들이 그 아버지가 행한 모든 죄를 보고 두려워하여 그대로 행하지 아니하고”(겔 18:14)


하나님은 죄를 보고 돌이킨 세 번째 세대를 가장 복된 세대로 보셨습니다



하나님은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어찌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랴… 그가 돌이켜 그 길에서 떠나 사는 것을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겠느냐.”(겔 18:23)

하나님이 심판을 내리시는 이유는, 그 자체를 즐기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배우게 하려는 것입니다.

마치 한 펭귄이 위험한 바다에 먼저 들어가고, 그 결과를 보고 무리가 배워 움직이듯이, 하나님은 죄의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회개의 동기를 주십니다. 말씀의 기준은 하나님조차도 철저히 지키십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그분의 아들까지 내어주신 사건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벌이 아니라 회개로 이끄는 경고이며, 하나님은 말씀의 기준을 스스로도 지키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경기에서 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셔도 규칙을 어긴 자를 편파적으로 심판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을 심판장으로 삼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규칙을 어겨 심판받는 세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으나 말씀 안에서 회개로 역전의 경기를 펼치는 세대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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