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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스가랴 1:14–21)

절망의 자리 위에 세워지는 불의 성곽

by Sue Park


왕정시대를 비참하게 마친 이스라엘은 70년 포로생활 동안 귀향과 성전 재건을 꿈꾸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멸망시킨 바벨론이 페르시아에 의해 무너지고, 고레스 왕의 칙령으로 성전 재건 명령이 내려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성전이 기초만 놓인 채 16년 동안 중단되자, 이스라엘은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선지자 스가랴를 통해 여덟 가지 예언을 주셨고, 그 중 첫 세 가지는 ‘위로의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세 가지 예언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위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루살렘 위에 다시 먹줄이 쳐지리라” (1:13–17)


하나님은 무너진 자리 위에 이미 회복의 먹줄을 그으셨습니다.


먹줄은 건축 시 건물의 수직과 균형을 재는 도구입니다. 즉, 먹줄이 그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건축이 예정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회복이 이미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먹줄의 비유로 보여주십니다.


비록 성전은 보이지 않고 기초만 남아있지만, 하나님은 이미 그 위에 새 건축을 계획하셨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어도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먹줄로 우리의 회복을 설계하십니다.


이스라엘의 포로생활 70년은 징벌이었지만 동시에 회복의 시계를 맞추신 기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징계의 끝에서 용서의 디폴트(default) 모드로 돌아가십니다. 언제나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시는 분—그분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입니다.

“너희는 내게로 돌아오라 … 그리하면 내가 너희에게로 돌아가리라.” (슥 1:3)



하나님은 고통만큼 반드시 회복을 베푸십니다.


이스라엘을 괴롭힌 ‘네 개의 뿔’은 주변의 대적들—앗수르, 바벨론, 메대-바사, 헬라를 상징합니다. 하나님은 이에 맞서는 ‘네 명의 대장장이’를 준비하셔서 뿔을 부수게 하셨습니다.


즉, 고통의 수만큼 하나님의 보응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이 겪은 억압과 모욕을 하나님은 잊지 않으시고, 때가 되면 정확하게 갚으십니다.


바로가 나일강으로 히브리의 아들들을 죽였을 때, 하나님은 홍해의 물로 그 군대를 수장시키셨습니다.

하만이 모르드개를 매달려 한 나무에서 자신이 달려 죽었고,

마귀가 세운 십자가는 오히려 영원한 구원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뿔들’—고난과 원수와 좌절 역시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며, 하나님의 방식으로 대장장이를 보내어 부수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이 ‘성곽 없는 성읍’이 될 것이며, 자신이 불로 둘러싼 성곽이 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세상 나라는 돌과 철로 성을 쌓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보이지 않는 불의 성곽으로 보호받습니다.


이스라엘은 과거 왕을 요구하며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에게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간의 힘이 아닌 믿음으로 세워지는 성곽 없는 나라를 하나님은 원하십니다.


“예루살렘은 그 가운데 사람과 가축이 많으므로 성곽이 없으리라.” (슥 2:4)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한계가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정한 성벽과 바운더리는 오히려 하나님의 일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불의 성곽은 어떠한 세상 방벽보다 강하고 안전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눈물의 자리에 먹줄을 긋고, 원수의 뿔을 부수며, 두려움의 둘레를 불로 감싸십니다.


과거의 이스라엘에게 그랬듯,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위로의 하나님이십니다.

멈춰선 성전처럼 무너진 삶의 자리 위에도, 하나님의 먹줄은 이미 그어져 있습니다. 그 약속을 믿고 바라볼 때, 절망의 자리가 기쁨과 희망의 자리로 바뀔 것입니다.


“그분의 위로가 오늘 우리의 성전에도 새로이 임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하나님은 절망 속에서도 우리를 위로하시며, 보이지 않는 먹줄로 회복과 보호를 준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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