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90% 수학교사 일기-6

F 90% 수학교사의 헤어지는 법 가르치기

by Theta

언제나 짧게만 느껴지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다시 새 학기가 찾아왔다. 글을 써보고자 하는 나의 마음도 에어컨 없는 한여름 자취방의 무더위에 절어버린 것인지, 방학 중에는 글을 쓰고 싶다는 어떤 마음도 들지 않다가도 개학을 하고 나니 적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많다. 유독 우리 학교에 젊고 외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뛰어난 선생님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나 같은 아저씨 선생님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면 학교라는 공간과 선생님이라는 존재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교사로서는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나의 중학생 시절보다 훨씬 감정적으로 풍요로운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 같아 뿌듯하다. 그때의 나는 나름 생각이 깊은 학생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러다 보니, 거꾸로 '내가 이 아이들에게 담임으로서 어떤 것들을 더 가르쳐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도달하곤 하는데, 대단한 것은 아니어도 어른이 된 내가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을 때 스스로에 대해 아쉬웠던 부분들을 일러주어야겠다 싶었다.


그리하여 이번 주의 과제는 '헤어지는 법'이 되었다.


학교에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2,3월이 아니어도 이렇게 2학기가 시작할 때 자리를 옮기시는 분들이 많다. 다른 학교에 가시기도 하고 휴직을 하시기도 하는데, 우리 반 교과 수업을 맡아주시던 선생님께서 학교를 떠나시게 되었다. 담임을 맡지 않으셨기 때문에 수업에 들어가는 반 학생들에게만 이 사실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하고 가시려고 하셨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은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음에도 사실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이라 어디로 가시냐며 선생님을 붙잡고 늘어질 뿐, 서운한 감정이 올바르게 해소되기는 어려웠다. 선생님들을 좋아하고 쫓아다니며 호감을 표현하는 건 잘해도 자신이 좋아하던 대상이 어느 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떠나는 선생님의 마지막 시간에 롤링페이퍼를 해드리자고 제안했다. 물론 그만큼의 마음이 안 드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한 공간에서 매주 같은 시간을 공유해 왔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에는 그만큼의 예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만든 롤링페이퍼 시트를 반장에게 맡기고 쉬는 시간마다 반장에게 와서 적도록 했는데, 그럴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긴 문장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보니 하길 잘했다 싶었다. 아이들이 자라 학교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낼 때에도 지금의 기억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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