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90% 수학교사 일기-5

F 90% 교사의 교무실 생일 이벤트!

by Theta

확실히 나는 정말 좋은 학교에 발령받았다. 아이들도 착하고 학부모님들도 협조적이지만 제일 좋은 건 동료 선생님들이다. 특히나 우리 부서 선생님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개성으로 빛나셔서 같은 교사로서 존경심이 들곤 한다. 우리 학교, 우리 부서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올해 있던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서 면직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지.


우리 부서는 사이도 꽤 좋은 편이다. 몇몇이서 모여서 식사를 자주 하기도 하고 단체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연수에서 만나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께 자랑하다 보니 이런 관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서 멋쩍기도 했다. 5년을 채우고 다른 학교에 간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 학교에서는 매월 첫 번째 교직원 회의에서 그 달의 생일자를 안내해 주는데, 그때 옆반 담임선생님께서(역시나 같은 교무실을 쓰는) 이번 달에 생일을 맞이하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참에 부서 내의 모든 선생님들의 생일을 챙겨보자 싶어서 카톡 캘린더를 뒤지고, 교무부장님께도 찾아간 끝에 생일 조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 앞자리에 계신 선생님의 생일은 진즉 지나버렸고, 내 옆자리에 앉은 동기 선생님의 생일은 친한 선생님들끼리만 조촐하게 챙기고 끝났지만, 두 분 모두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다.


저번주에 있던 옆반 담임선생님 생일날에 맞춰서 부장님께 앞으로 매달 부서원들의 생일을 챙기겠다는 나의 오지랖스런 포부를 밝히고 케이크를 사 왔다. 단짝 선생님과 함께 매주 있는 회의시간에 맞춰 서프라이즈 축하를 해드렸는데 두 분 모두 좋아하시는 걸 보니 뿌듯했다. 선배 선생님들께서는 즐거워하시면서도 생일까지 챙겨주는 학교는 처음 본다며 나를 신기해하셨지만, 나는 사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괜찮은 하루야 말로 얼마나 신기할 정도로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그만큼의 답례를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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