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중독자의 이야기 - 남들이 본 책, 내가 읽은 책
라는 질문에 보통 "책 읽는걸 좋아해요"라고 답했었다. 실제로 나는 20대 초중반까진, 아니 엄밀히 따지면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던 무렵까지도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월급이란 도파민에 익숙해져가 나는 책과 이도저도 아닌 데면데면한 초등학교 동창과 같은 사이가 되었다. 만나면 누구보다 반갑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친구같은 사이가 아닌, 의무감으로 만나고 억지로 일상적 이야기를 이어가는 느낌. 어느순간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는건, 나에게 취미가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맞다. 나는 단순한 "읽는 노동"을 좋아하는 활자중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릴땐 책을 읽는게 누군가의 머릿속, 혹은 경험을 탐방하는것 같아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순간, 글은 내게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이자 배워야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신문이나 마케팅 레퍼런스 등 다소 무미건조한 성공스토리를 습관적으로 읽으며 허영심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책을 보며 희열을 느끼던 작은 우주 속의 아이는, 어느새 남들이 다 본 책을 모를까 두려워하는 큰 우주 속 어른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