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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Aug 11. 2021

워킹맘도 엄마표 영어 가능할까?

너무 쉬운 엄마표 영어

채원아, 채원아, 채원아 이거 뭐예요?

(아들)     


(딸)     


채원아, 채원아, 채원아 뭐예요? 이거 뭐예요?

(아들)     


치품(스푼)

(딸)     


채원아, 이거 포크, 포크

(아들)     


포크

(딸)     


포크

(아들)     


포크

(딸)     


24개월 된 쌍둥이들의 대화다. 발음 또한 찰지다. 버터 발음이다. 아이들과 잠자리에 들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들은 침대 옆에 두었던 씽씽영어 책을 집어 들더니 딸에게 책을 펼쳐 보이며 질문을 했다. 아직 어려서 발음은 어눌했지만, 아들과 딸의 대화를 엄마인 나는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 18개월 때 책육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영어책도 같이 읽어주면 영어를 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따질 필요도 없었다.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지만, 외국인을 보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영어로 말 한마디 건네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내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산증인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내가 경험했던 동일한 방식으로 외국어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니 우선 시도해보기로 했다.     

  

우선 영어책을 검색해 구매했다. 그때는 아이들 영어책에 레벨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아이들 영어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구매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 영어책을 구매하는데 오랜 시간을 고민하지 않았다. 가격대가 맞는 것으로 우선 구매했다.


첫 번째로 구매한 영어책이 <삼성 그림책으로 영어 시작> 책이었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총 3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새 책인데도 가격이 내 기준에서 적당했다.  20개월을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1단계 정도의 책이 수준에 맞았겠지만, 그 당시 나는 집히는 대로 읽어줬다. 아이에게 영어책을 읽어줄 때면 ‘알아듣고는 있는 걸까?’, ‘이렇게 읽어주면 되는 걸까?’ 수많은 의구심들이 머릿속에 피어올랐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읽어줄 뿐이었다.  

      

<삼성 그림책으로 영어 시작> 책을 구매한 지 한두 달이 지나자 다른 영어책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알게 된 <씽씽 영어> 책을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하게 되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CD도 포함되어 있는 구성이었다. <씽씽 영어> 책은 <삼성 그림책으로 영어 시작> 책과 비교해 글밥이라 할 것도 없이 한 단어, 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딱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함께 있었던 DVD를 틀어주면 아이들은 책에서 봤던 그림이 나와 반가워서 그런지 밥 먹다가도, 놀다가도 벌떡 일어나 춤을 추곤 했다. 춤추며 손뼉 치며 <씽씽 영어> 영상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영어를 이렇게 재미있게 접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한글책과 영어책을 구분 없이 나에게 가지고와 읽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영어를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언어 구분 없이 본인한테 마음에 드는 책을 그냥 좋아할 뿐이었다.      


아들이 26개월쯤 <삼성 그림책으로 영어 시작>의 Mr. Lonely 책을 보며 OK 글자를 손가락을 집으며 "OK~~"하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와~”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내가 읽어줄 때 안 듣고 있는 것 같더니 듣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돌이 지난 아이들은 책을 읽어줄 때 내 곁에서 5분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뭔가 또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어디론가 가버릴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26개월쯤 회사에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 후에도 아이들에게 잠자리에서 영어책을 읽어주었다. 회사 업무로 피곤한 날은 한 권 정도밖에 읽어주지 못하고 잠들 때도 있었다. 그랬기에 영어책을 매일 읽어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영어 소리 노출은 매일 할 수 있게 했다. 출근 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DVD를 꺼내 놓고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이모님께 아이들이 보든 말든 하원 후 꺼내 놓은 영어 DVD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회의가 많아 목이 아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날에는 CD가 나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게 했다. CD와 같이 있는 영어책을 골라 CD 소리에 맞춰 나는 손가락으로 단어를 짚어주기만 했다. <리딩 하우스> 영어책은 배경 음악과 효과음도 있어 아이들이 CD를 들으며 책 보기를 좋아했다.

         

딸아이 4살 땐 one monster, two monster를 스케치북에 써놓은 것을 보고 놀랬다. 딸아이는 띄어쓰기, 철자 개념도 모를 때였다. 'S'자가 거꾸로 써져 있는 것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딸아이는 그 당시 한글도 그리는 수준으로 호기심에 가끔씩 써보는 정도였다. 아마도 영어도 머릿속에 있던 형상을 그림 그리듯 표현했던 것 같다.     



   

영어책 읽어주기와 소리 노출은 워킹맘이었던 내가 아이들에게 해줬던 엄마표 영어의 모든 것이었다. 영어책을 매일 읽어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영어 소리는 매일 노출해줬다.


아이 영어책 레벨 공부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자. 아기가 좋아할 만한 양질의 영어책을 검색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자.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양질의 도서다. 아이에게 어떤 책이라도 우선 읽어주자.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영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영어 거부감이 없는 아이에게는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 책을 시기적절하게 넣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워킹맘이라면 집안일은 주말에 미뤄서 하더라도 퇴근 후에는 아이에게 영어책이든 한글책이든 책 읽어주기를 우선해서 꼭 하자. 적어도 잠들기 전 한 권씩은 꼭 읽어주자. 고단한 엄마의 삶이지만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기 위해 조금만 더 기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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