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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Aug 18. 2021

워킹맘도 한글떼기가 가능할까?

여유롭고 조급하지 않게

학습지 없이도 가능하다.
워킹맘도 가능하다.
지금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아이 한글떼기는 학습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믿었다. 그 이유는 그렇게 회사 선배맘들에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이가 5살이 되면 방문 학습지 선생님을 불러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면 된다고 했다. 늦어도 6살에는 시작해야 한다고 했고, 한 달 금액도 얼마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여성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점심시간에는 종종 각종 육아정보를 아이 나이대 별로 선배맘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우연히 책육아를 알게 되었다. 책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한글도 직접 가르치고 있었다. 책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은 회사 선배맘들에게 들었던 ‘아이가 5살이 되면 학습지 선생님을 부르면 된다’고 한 나이보다 한참 이른 시기에 아이들에게 한글을 노출해주고 있었다.


‘세상에 엄마가 한글을 떼줄 수 있다니...’ 5살도 이르다 생각했던 내게 엄마가 직접 각종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글을 떼주는 모습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글 단어카드 만들기

아이들이 3살 되던 해 나도 한번 한글 노출을 아이들에게 시도해봤다. 우선 A4용지를 반으로 잘라 매직으로  아이들 책에서 자주 봤던 받침 없는 글자 위주로 크게 적어 한글 단어카드를 만들었다. ‘사과, 배, 가지, 오이......’등등. 아이들 이름도 크게 적었다. 집안을 둘러보며 아이들이 자주 만지고 보는 물건들의 이름도 적었다.


만든 단어카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집안 곳곳에 붙여 놓았다. 싱크대 하부장은 특히나 단어카드를 붙여 놓기 딱 좋은 자리였다. 내가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면 아이들은 내 곁에 와서 자주 잘 았기 때문이다. 냉장고 문짝에도 붙였다. 현관문에도 아이 눈높이에 맞게 단어카드를 붙이고 밖에 나갈 때마다 한 번씩 읽어줬다.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동선에 따라 붙일 수 있는 곳에 모두 단어카드들을 붙여두고 지나다닐 때마다 읽어줬다.        


한글 놀이 방법

처음에는 일부러 한글 놀이할 시간을 내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글 카드를 붙여 놓은 가까이에서 놀 때 손가락으로 단어를 가리키며 그냥 한 번씩 읽어줬다.


아이들에게 한글 카드를 한 달 정도 노출해주니 얼마나 단어를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이가 테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정빈아~ 엄마 사과 글자 좀 가져다 줄래?”라고 말했다. 아이는 신기하게 “이거 이거”하며 손으로 사과단어를 짚었다. 아직 말도 또박또박 하지 못 할 때였다. 하지만 자기 의사표현은 확실하게 할 때였다. 그 뒤로도 아이들에게 글자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고, 아이들은 내가 말한 글자를 손으로 짚거나 단어카드를 떼서 갖다 주었다. 아이들이 충분히 익힌 단어들은 새로운 단어카드로 교체해 나갔다.


단어카드에 스티커 붙이고 있는 아들

어느 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스티커를 여기저기 붙여 만든 색안경을 가져왔었다. ‘아, 요즘 어린이집에서 스티커 놀이를 하는구나’ 싶어 한글 놀이에도 스티커 붙이기를 적용해 보았다. 내가 말한 단어에 아이들이 가서 스티커를 붙이는 놀이였다. 물론 아이는 내가 말한 단어가 아닌 다른 단어에도 스티커를 붙였고, 스티커를 잘못 붙인 단어들도 읽어줬다. 스티커 놀이를 통해 아이가 어떤 단어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내가 했던 한글 놀이는 아이가 얼마나 한글을 인지하고 있는지 엄마가 궁금해서 하는 놀이기에 아이가 틀렸을 경우에도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종종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유갑을 잘라 안쪽면에 매직으로 노래의 한 음절씩 써서 벽에 붙여 놓곤 퇴근 후 아이들과 놀 때 한 번씩 같이 불러주었다. 아이 입에서 나오는 새로운 단어가 있을 때 놓치지 않고 그것을 글로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썼던 것 같다.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는 모습을 보며 한글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노출해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일정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이 한글인 것 같다. 한글을 노출해주다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노출해줘야 할까?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한글을 노출해주다 보면 한글떼기 끝나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한글떼기를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은 엄마가 같이 해주는 한글떼기인 것 같다.


한글떼기는 학습지 없이도 가능하고, 워킹맘도 가능하다. 조급함을 버리고 꾸준히 노출만 해주자. 내가 했던 아이 한글떼기 방법은 하루 한 번 한글 단어 카드 읽어주기가 다였다. 아이가 얼마나 한글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면 단어카드 가져오기,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통해 엄마의 애씀의 결과를 확인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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