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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Aug 26. 2021

출산 후 알게된 것들

뭐든 겪어봐야 안다고...

옛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출산 전에는 몰랐다. 출산 후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느껴졌고, 당연했던 일상들이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옆에 평온해 보이는 워킹맘은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워킹맘이 되고 나니 내 옆에 아무렇지 않게 평온하게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워킹맘들이 일어나자마자 얼마나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그 자리에 앉아 있게 됐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여 이곳에 왔는지 내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녀들의 삶이 어떨지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워킹맘이 되고 나니 그녀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아니, 그녀들의 하루 일과가 어떤지 몽땅 알고 싶어 졌다. 몇 시에 일어나는지, 아이는 언제 깨우는지, 아이 옷은 언제 입히는지, 아이 아침밥은 어떻게 먹이는지, 어린이집은 집이랑 얼마나 떨어진 곳에 보내는지, 아이들 하원은 누가 어떻게 시켜주는지, 엄마가 퇴근 전까지 아이들은 어떻게 보내는지, 퇴근 후 아이들과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등등. 


그동안 내 옆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업무 대화가 아닌 그녀들의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다.    

   

몸은 3개월 만에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출산 후 몸은 3개월 만에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입사할 당시에는 출산 후 출산휴가 3개월을 보내고 복직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때였다. 육아휴직제도도 있었지만 사용하는 여직원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3개월의 출산휴가도 채우지 못한 채 복직하는 여직원들이 종종 보였다. 


입사한 지 5년째 되던 해 내가 출산을 했다. 다행히 그동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사회인식과 배려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덕에 출산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계획할 수 있었다. 막상 출산을 하고 몸조리를 해보니 출산 후 3개월이 지나도 몸은 풀리지 않았다. 몸은 여전히 무겁게 느껴졌고, 앉았다 일어날 때면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쌍둥이 출산이라 그런지 몰라도 내 몸은 3개월 만에 회복되지 않았다. 출산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앉았다 일어설 때 바닥에 주먹을 꽉 진 손등으로 받치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다. 몸이 가볍게 느껴지며 회복이 웬만큼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3개월도 몸조리 못하고 나온 그녀들은 어떻게 회사 엄무를 봤던 걸까. 얼마나 고단한 몸을 일으켜 출근을 했던 걸까.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에 힘주며 업무를 했을 그녀들에게 존경심까지 느껴질 정도다.       


등골이 빠진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등골 빠진다는 말은 사전에만 있는 말인 줄 알았다. '등골이 빠진다'는 말은 아마 산모에게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유수유는 내 등골을 빠지게 했다. 


신생아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것은 엄마가 처음인 여자들이 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아기가 최대한 편안하게 젖을 먹을 수 있도록 엄마가 처음인 여자들은 태어나서 생전 취해보지 않았던 자세로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엄마가 처음인 여자들은 모른다. 아기가 젖을 다 먹을 때까지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을... 한번 자리 잡은 자세로 아이가 젖을 다 먹을 때까지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엄마가 편하자고 자세를 바꿨다간 충분히 먹지 못한 젖으로 인해 하루 종일 젖만 물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처음 취한 자세로 움직이지 못한 채 10분이 지나면 서서히 등골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기가 젖 먹기를 중단할까 봐 저릿저릿해져 오는 등을 꼿꼿이 펴지도 못한다. 쌍둥이 모유수유를 번갈아 하고 나면 등골도 아프고 심지어 내 배가 고파 손까지 덜덜 떨린다. 떨리는 손으로 미역국을 한 사발 먹는다. 아이들이 젖을 먹는 동안 엄마인 나도 배가 고팠다. 큰 냉면 그릇에 미역국 한 사발을 다 먹어도 배가 고팠던 때였다.


외출이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모차를 끌고 마트에 장 보러 가는 날이었다. 외출을 위해 쌍둥이들 기저귀부터 새것으로 갈아주고 차례대로 옷을 입혔다. 양말까지 신기고 나니 나는 이미 장을 보고 온 것처럼 녹초가 돼버렸다. 외출을 위해 아이들에게 옷 하나 챙겨 입혔을 뿐인데 내 기운은 이미 다 빠져나가버린 상태였다.  


어느 날 아이들 없이 혼자 장 보러 나간 적이 있었다. ‘와~~~ 진짜 편하다. 진짜 홀가분하다.’ 내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아이들 없이 혼자 하는 외출은 너무 편하고 간단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내 몸 하나 챙겨 나오는 것이 이렇게 편안 것임을 몰랐다. 내 양 발목에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벗어던진 듯 내 발걸음은 날아갈 듯 너무 가벼웠다. 그동안 내 발목에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가 쌍둥이였던가...




뭐든 겪어봐야 안다고, 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었다.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당연한 것들이 아이를 낳고 나니 소중한 일상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이 내 일상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선물이었다. 그래서 자식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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