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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할 윤 Aug 26. 2020

생각할 윤, 이름이 곧 '티저'였다

- 이름이 나를 이미 담고 있었다

 '내 이름은 너무 촌스럽잖아.. 내 친구들 이름은 다 예쁜데..'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작명소 할아버지가 내 사주를 보고 손수 지어주신 나름 값진 이름이었지만, 내 나이 또래 애들 이름에 비해선 상당히 조숙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작명소 할아버지가 괜히 미울 때가 있을 정도로. 

쓸떼없이 획수도 많아서 굉장히 각져보였고, 내 이름을 들었을 때 한번에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당연히 발음도 어려워서 외국에선 제대로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미국 애들이 '벤자민'을 '벤'이라고 줄여 말하는 것처럼, 나도 'My name is Yun!'을 외치며 '윤'으로 살아야 했다.


내게 참 불편함을 줬던 이름이 놀랍게도 내게 큰 의미를 안겨주었다.


 

얼마 전, 토익 시험을 치러 갔었다. OMR카드에는 이름 한자를 기입하는 란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한자를 쓰고 시험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서 가볍게 멍을 때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주민등록증을 빤히 보고 있었는데 아까 쓴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자의 뜻이 가물가물해서 시험이 끝나고 핸드폰을 받자마자 검색을 했다.


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생각할 윤', 그리고 '생각하다, 펴다, 조리를 세우다'라는 뜻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주었다.

말 그대로 나는 참 생각이 많다. 어렸을 때 부터 혼자 머릿속으로 영화 한 편을 뚝딱 만들어 냈고, 장르는 로맨스, 휴머니즘, 스릴러를 넘나들었다. 가끔은 내가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소설가가 되기도 하고, 라디오 DJ가 되기도 한다. 내 생각의 양이 돈으로 바뀐다면 나는 빌 게이츠랑 친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은 건 때론 나에게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라는 꾸중으로 바뀌기도 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은 '잡생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내 자신을 '잡생각 부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한자의 뜻을 보니 작명소 할아버지가 내 사주를 정말 잘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용한 할아버지셨구나. 한때 잠시 미웠던 할아버지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 나는 원래 생각 많은 팔자야!'


 저 한자를 보면서 혼자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잡생각도 남이 보면 은근 재밌을 거 같은데, 한번 글로 써서 올려볼까?'

나는 내게 어떤 일이 있었는 지는 관심이 없어서 일기는 잘 쓰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한 생각들은 기록하고 싶어서 핸드폰 메모장에 써놓는다. 혼자만 즐기기 아까운 이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보고 싶다. 그래서 브런치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내 생각을 몇 명이 읽을 지, 노잼일지 유잼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만 소중히 갖고 있던 생각들을 밖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게 참 기쁘다. 생각부자 '생각할 윤'의 생각 기록을 잘 가꿔나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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