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 뉴저지
나는 미국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내가 여기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집과 차였다. 내가 거주하는 뉴저지 Englewood쪽에는 지하철이 없다. 버스도 있지만 한국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마트로 장을 보러 가려면 30분 걷는것은 필수였고,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마트에서 장을 본 짐이 생기기 때문에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매번 감수할 자신이 없어 중고차를 사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미국에서 중고차를 사기 전에 먼저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할까? 미국은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그만큼 좋지 않은 매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차량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것이라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살펴봐야 내 예산에 맞는 차를 구할 수가 있다. 또한 사고 기록도 Carfax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VIN number로 차량 정비 및 사고 기록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는 딜러샵에서 거래하거나 개인 거래를 하는 것 상관 없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차량 구매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자신의 예산에 따라서 어떤 차를 사게 될지 명확하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내 예산은 대략 10,000달러, 한화 1200만원정도의 예산과 되도록이면 큰 차를 원했다. 이를 먼저 생각하고 차량을 찾았다.
미국에서 차량 구매에 대해서는 배경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인터넷 검색을 적극 활용했다. 구글에 Used car near me, 또는 Hyundai dealer near me와 같이 브랜드명과 함께 검색하면 내 주변 딜러십들을 확인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차가 있는지 살펴본다. 목록에는 흔히 Under 15k, 13k, 10k 등 일정 금액 미만의 차량만 볼 수 있는 목록도 있다. 웹사이트에는 보통 직원과 채팅을 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이를 통해서 직원과 가격 협상을 어느 정도 하고 가도 좋을 수 있다. 매물이 실제로 있는지, 차량 사고 기록 유무를 본다던가, 어느정도의 가격 흥정을 먼저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는 것보다 훨씬 더욱 도움이 된다. 그 이유는 사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면 매물이 없어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차를 소개시켜주기 때문에 헛걸음을 할 수 있다.
공식 딜러를 먼저 둘러보면, 인터넷 서치 후에 딜러와 통화를 하거나, 아니면 무작정 찾아가서 봐도 좋다. 공식 딜러샵의 재밌는 요소 중 하나는 만약 현대 딜러샵을 방문했다면, 꼭 현대차만 판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차량 교환을 문화(?)처럼 활발하게 이용하는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차를 딜러샵에 팔고, 차액으로 새 차를 사는 방식이다. 그렇게 팔았던 차량을 다시 중고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팔린다. 어쨌거나 처음 방문한 곳은 혼다 딜러샵이었는데, 나는 처음에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봤다. 사전 배경지식이 없던 나에게 딜러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어보였다. 간보러 왔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싱겁게 집에 돌아갔고 두번째 방문한 지점은 현대 지점이었다. 딜러가 보여준 차량은 폭스바겐 티구안이었다. 시운전도 해보고 괜찮을 것 같아 가격 협상을 시작했는데 딜러가 12,000달러를 불렀다. 나는 무조건 만 달러를 고집했고 가격 협상이 안될 것 같아 그냥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나중에 딜러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때는 이미 차를 샀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어졌다.
중고차를 판매하는 로컬 마켓을 가는 방법도 있다. 지역마다 유명한 중고차 마켓 동네가 있다. 하지만 유명하다고 그것이 차 상태를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좋다고 말하고 싶다. 둘러보면 생각보다 차량들이 매우 저렴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싸면 싼 값을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그만큼 하자가 많은 차들이 많다는 말이다. 게다가 벤츠, BMW같이 독일차들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서 혹하게 되는데, 실제로 타기 전에 내부를 관찰하면 시트 아래 레일이 녹이 슬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침수 차량이었던것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곳은 공식 딜러샵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걸 더 신경써서 봐야 한다. 게다가 지인도 이곳에서 차량을 샀다가 고속도로 주행 도중 시동이 나가버리는 위험한 일도 있었다. 보통은 이곳에서 구매하면 90일동안의 보증기간을 같이 주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심각한 문제를 문의해도 완벽하게 처리를 안할 뿐더러 수리한다고 해도 일부러 시간을 엄청 끈다고 들었다. 사실 결정적으로 이곳을 비추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많은 딜러들이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날 상대했던 딜러는 처음에 내 Background를 체크한다며 소셜넘버(미국의 주민등록번호)를 달라고 했다. 체크하러 간 딜러가 나한테 Bank Collection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 바로 나한테 바로 사기치려고 하는걸 알아챘다. 왜냐면 난 그때 미국 은행 계정을 만든지 3주밖에 안됐었기 때문이다. Bank Collection이라는 것은 보통 렌트하는 집에서 공과금을 몇개월간 안내게 되면 그 금액분이 해당 아파트매니징과 계약을 맺고 있는 2, 3금융권으로 넘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소액이라도 본인 크레딧 점수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미국에 온지 3~4주밖에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럴 일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말 혹시나 해서 은행에 가서 직접 물어봤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다. 나같이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에 대한 History가 없는 사람에게 금융권에서는 이자율을 매우 높게 책정한다.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최대 이자율은 거의 25%나 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여기서는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분명 이 딜러는 나한테 불리한 상황을(사기를 치면서까지) 만들면서 이자율을 최대로 높이려고 했을 것이다. 아직도 그의 태도에 대해서 화가 난다. 찝찝하다 싶으면 안사면 그만이다. 시간을 날렸지만 이것도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다른 방법은 대형 렌터카 업체에서 파는 중고차를 사는 것이다. Hertz와 Enterprise가 대표적인데, Hertz의 예를 들면 No haggle price라는 명목을 내걸고 판매를 한다. 흥정할 필요도 없이 자기들이 가격을 아예 낮춰서 딱 이 가격에만 판매하고 있다는 말이다. 확실히 그 정도로 가격 군살이 빠져있다. 하지만 어느 글에서는 렌터카는 기본적으로 차량을 거칠게 모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글을 봤다. 매니저에 따라 차량 관리가 천차 만별이고, 렌터카를 몰았던 수많은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도 많았다.
나는 결론적으로 개인간의 구매를 통해 샀다. 딜러십으로 구매할 경우 딜러 본인들의 인센티브를 전제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차값보다 그들의 판매 값을 더 주고 사는 셈이 된다. 물론 딜러십을 이용하면 매우 편하다. 차량 등록에 대한 귀찮은 서류작업도 다 해주고(하지만 알고 보면 Documentation fee도 따로 받는다), 보험까지 안내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 예산을 생각하면 역시 개인 구매가 가장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선 나는 Craigslist나 Heykorean, Carguru등 개인들이 중고차를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쭉 둘러봤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까지 일본차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애국심(?)으로 일본 차는 아예 생각도 안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은 일본차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다. 기본적으로 독일차에 비해서 부품이 저렴하고, 오래 탈 수 있으며, 리셀밸류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일본차 시장은 오랫동안 상승세였으며 현재도 그렇다. 2019년 기준 북미 자동차 전체 판매량 중 포드 다음으로 2위가 도요타인 만큼 미국인들은 일본차를 많이 구매하고 있다. 나는 열심히 차를 찾던 중 마즈다 cx-5를 알게 됐고, 차도 안정적이라는 평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이 차로 포커스로 맞추고 차를 열심히 찾았고, 2014년형 차를 찾아냈다.
중고차 개인 거래에서는 차량 정비소 방문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딜러십과는 다르게 개인거래는 차를 구매하고 나면 Warranty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차를 판매하고 나면 더 이상 차 문제에 대한 어떠한 의무도 생기지 않는다. 파는 사람을 직접 만나 시운전을 해보고, 정비소까지 직접 함께 가서 차량 체크를 했다. 상대방이 아는 정비소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정비소를 가야 안전하다. 가끔 정비소 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부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차량 정비를 거부하면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뜻이다. 내가 사려는 차는 차량 데미지 기록이 있었는데, 정비 결과 다행히 차량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구매 당시는 4만 2천마일, 약 6만 7천키로미터를 탄 셈이다. 판매자는 KBB(Kelley Blue Book/ kbb.com)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차량 가치가 10,500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나는 9,300달러를 제시했다. 차주분도 오히려 내가 차에 대한 구매 의사가 확실하고, 정비소까지 먼저 가자고 요청했기 때문에 그런 나를 믿고 가격 흥정 없이 승낙해주었다. 가끔씩 이렇게 운 좋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내가 그동안 일하는 시간 외에 남는 시간을 차를 찾는 데에 많이 투자했고 필터링도 많이 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운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차를 사기로 정했다면 Cashier's check를 발행하러 은행에 간다. 보통 미국에서는 차와 집 거래시에는 Chashier's check를 사용한다. 금액 Settle되는게 빠르고, 체크 카피본이 있어 기록에도 남기 때문이다. 나는 이 체크를 가지고 판매자를 만나러 가고, 판매자는 Title(차량 등록증)과 Bill of Sale(판매증)을 가져온다. Title은 차량 소유주가 판매자에서 나에게 넘어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 사인이 들어가야 한다. Bill of Sale에는 차량 타입 및 마일리지 등 사실 확인에 대한 기본 정보가 적혀 있고 이 차를 나에게 판다는 내용으로, 차량 등록 시 필요하다.
또한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차량 등록 전에 자동차 보험을 꼭 들어야 한다. 자동차 보험이 없으면 차량 등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
판매자와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면 타이틀과 판매증을 가지고 DMV(차량국)에 방문한다. 필요한 것은 기존 차주의 타이틀, 판매증, 면허증, 보험증이 필요하다. 자동차 취득세를 현장에서 낸다.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차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Tag(자동차 플레이트)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기존 플레이트 넘버는 떼버리고 전 차주가 반납을 해야 한다.
차량은 현재 약 8개월째 타고 있다. 엔진오일 교체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고 차량도 주기적으로 정비소에서 체크하고 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 처음 중고차를 구매한 경험은 너무 값진 경험이었고, 미약하지만 미국 정착에 대한 자신감을 한 발 내딛게 해주었다.
참조:
Carfax (www.carfax.com)
Hertz (www.hertz.com)
Enterprise (www.enterprise.com)
KBB (www.kb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