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택시의 생존 전략
택시는 IT와 복잡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며 변하고 있다. 카카오 택시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타다는 ‘타다 금지법’으로 주력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IT기술로 무장한 다수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브랜드 택시’를 내세우며 운송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와 현대자동차, NHN 등이 투자한 KST모빌리티의 ‘마카롱 택시’가 있다. 이 외에도 택시조합들이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브랜드 택시의 증가는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이용자의 선택권이 높아져 서비스 경쟁이 발생하면 불친절한 택시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 택시가 플랫폼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① 수익 다각화는 필수적이다. 물론 ② 플랫폼 사업자가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사례를 볼 때, ③ 택시와 IT 간 긍정적인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기 3개의 조건을 만족할 전략은 무엇인가?
Uber는 2019년 IPO에도 불구하고 약 85억 달러(한화 약 10.2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초기 플랫폼 구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이다. 게다가 상장을 앞두고 높은 가치로 평가를 받기 위해 많은 영업, 마케팅 비용도 투입되었다. 하지만 주주들로부터 지속적인 영업 손실로 인한 압박을 느끼고 있기에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제고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 해결책 중 하나로 2020년 2월 25일 Uber는 미국의 디지털 광고 회사 Adomni와 제휴해 ‘Uber OOH’라는 디지털 옥외 광고(DOOH : Digital Out-Of-Home,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광고) 사업을 출범했다. 운영 모델은 차량 지붕 위에 전용 디스플레이를 설치하여 8초 가량의 이미지 또는 동영상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현재 애틀랜타, 피닉스, 댈러스에서 시범 운영 중에 있다.
Uber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디언스 타겟팅이 가능하다. 그 외 날씨, 상권 정보, 평균 유동인구까지 적용할 수 있다. Uber OOH는 오프라인 매장을 지나갈 때 그 브랜드의 광고를 주변 보행자들에게 노출할 수 있으며, 빌딩에 설치된 Adomni의 디지털 옥외광고판을 지나갈 때 같은 광고를 동시에 노출해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편 Mobility와 DOOH의 결합은 ‘Uber OOH’처럼 자동차의 지붕 위에만 있지 않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빌리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Grab은 차량 내 태블릿에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만약 승차 예약을 한 고객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한다면, 이동하는 동안 타겟팅 된 광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고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데이터 활용에 있어, 국내 가장 유리한 사업자는 당연 카카오다. 2019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를 보면, 카카오는 카카오 내비를 통해 행선지 간 이동 빈도수를 파악하고 있다. 가령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운전자는 그다음 경로로 주로 순대 맛집을 가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렇다면 ‘충남집 순대’가 카카오T블루를 활용해 ‘박순자 아우내 순대’를 역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우선 독립기념관이나 병천 순대거리를 이동하는 카카오T블루는 해당 가게를 디지털 사이니지에 노출한다. 혹은 출발지나 목적지가 독립기념관인 승객을 중점으로 노출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택시 지붕 위뿐만 아니라 Grab처럼 탑승한 고객을 대상으로 차내의 태블릿 PC를 통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화면 내 QR코드를 생성해,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이벤트 프로모션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외 카카오의 생태계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는 카카오 앱의 즉시성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의 기반의 다이나믹 광고를 기대할 수 있다.
Uber 운전자들은 2019년 임금인상과 관련하여 대규모 파업을 했다. 이들은 Uber가 자신들을 단순한 프리랜서가 아닌 동등하고 공정한 파트너로 인식해주기를 요구했다. ‘Uber OOH’는 운전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함으로써 운전자들의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에 DOOH 디스플레이를 설치함으로써 약 300달러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며, 해당 차량을 주당 20시간 이상 운행하면 100달러의 추가 수수료도 얻게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파트너의 수익 배분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사회적 이슈가 되어 CEO가 사과까지 했다. 다행히 카카오T는 이를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에는 카카오T택시가 택시기사의 평균 소득과 경제적 효용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보상 인프라가 잘 형성된다면, 택시 운전자가 생업인 사람들에게 DOOH는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한편 광고주 또한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에 기반을 둔 프로그래매틱 바잉 시스템을 통해 광고 계약, 타겟팅, 효과 측정을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다. 결국 플랫폼 참여자 간의 긍정적인 선순환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꾀할 수 있으며, 플랫폼의 접근성과 책임감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사업이 그렇듯, DOOH 역시 만만하게 접근할 수는 없다. 옥외광고의 경우 다수의 국가에서 엄격한 규제 장치를 두고 있다. 미국 LA에서는 차량 지붕에 부착한 DOOH가 운전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여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 시의원이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로 교통법규와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적인 동의도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택시 지붕 위 표시등에 디지털 광고를 표시하는 시범사업이 대전(‘17년 시행), 인천(‘19년 시행)에 이어, 서울의 경우 20년 4월에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가 ‘택시표시등 전광류 사용 광고 시범운영사업’을 고시했다. 구체적으로 사업규모를 등록차량의 20% 이내로 한정하고, 광고는 동영상이 아닌 정지화면으로 표시하며, 야간에는 주간보다 휘도를 낮게 표시해 교통안전과 빛 공해 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광고 콘텐츠의 경우 소상공인을 위한 상업광고와 기후정보(미세먼지, CO2), 긴급재난 등 공익광고로 한정했다.
여기서는 택시만을 말하였지만 Mobility와 DOOH의 결합은 얼만큼 상상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Mobility의 종류는 다양하고 DOOH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자율주행으로 파생될 시장 가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Mobility와 DOOH의 결합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택시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금전 보상이 돌아오고, 국내에서도 정책적 논의가 개진 중이라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볼 만한 사업이다. 플랫폼 사업은 승자가 독식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