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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Feb 02. 2022

자전거 나라에서 택시 타기

스노어와 함께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 타고 스노어네 집으로 가고 있었다.

- Vordingborg 기차역에서 너네 집에까지는 얼마나 걸려?

- 자전거 타고 30분

- 그럼 걷는 건 무리일 테고, 택시 타야겠다. 내 자전거 케이스가 꽤 무거워서.

- 같이 자전거 타고 가자. 네 케이스는 내 자전거 짐받이에 올리면 되지 않을까?

- 너 자전거 어디에 있는데?

- 기차역에

- 고맙지만 그러기엔 내 케이스가 좀 무거워서 힘들 거야. 그냥 난 택시 갈 테니 너는 네 자전거 타고 가는 게 좋겠다.

- 그래. 그럼 같이 택시 타고 가자.

- 네 자전거도 접이식이야?

- 아니

- 그럼 네 자전거는 기차역에 두고 나랑 택시 타고 가겠다고?

- 아니

 - 엉?


뭘 어쩌자는 건지 몰랐다.  


역에 도착한 후, 스노어는 자신의 커다란 자전거를 가지고 택시기사에게 뭐라 뭐라 했다.

스노어의 이야기를 들은 택시기사는 차에서 내려 일단 내 자전거 케이스를 트렁크에 싣고는 작은 연장처럼 생긴 물건을 꺼냈다.  

트렁크를 닫고

그 작은 물건을 '트레일러 볼'(저 명칭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에 끼우더니 펼친다.

스노어의 자전거를 걸고는

고정시킨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5초 남짓?

나는 덴마크에서 이런 것으로 이렇게 놀라게 될 줄 예상 못했다.

 

나도 한국에서 차량용 자전거 거치대를 사려고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일단 부피가 상당하고 탈장착이 불편해서 포기했었다. 위에 사진들을 즉시 자전거 커뮤니티에 올리니 뜨거운 반응과 함께 어떤 분이 '트레일러 볼'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원래는 자동차와 트레일러를 연결할 때 쓰는 장치인데, 자전거 거치대로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스노어네 동네 마트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인데 정말 많은 자동차에 트레일러 볼이 장착되어있었다.


나는 자전거의 나라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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