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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Feb 07. 2022

야! 너네 나라 전쟁 난다는데?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날까?

2022년 1월 러시아의 탱크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성사진이 공개된 이후, 온 세계가 설마설마하던 바로 그때, 한국에 거주 중인 우크라이나 친구 세르게이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가족의 안부를 묻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뉴스 보니까 러시아가 너네 나라 침공한다고 막 그러던데. 너희 가족들은 어떡해?

- 어, 괜찮아.

- 아니 곧 전쟁이 나는데 어떻게 괜찮아?

- 그거 다 정치쇼야.

- 뭐? 너 뉴스는 보고 있는 거지?

- 너는 뉴스를 너무 많이 보는 거 아니야?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 배치한 위성사진 봤어? 우크라이나를 정말 포위하는 거 같던데? 심지어 2월 침공 시나리오 이야기까지 나오잖아.


https://youtu.be/wGrgIBxIReY


- 그러니까 정치쇼라고 하는 거야. 무슨 침공을 이렇게 다 드러내고 하냐고. 그리고 EU랑 러시아의 관계가 어쩌고 저쩌고 천연가스 송유관이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전쟁 안 날 거라고 어쩌고 저쩌고.

- 아니, 그럼 모든 언론들이 지금 하는 이야기는 뭔데?

- 언론들 그러는 거 하루 이틀 아니잖아. 북한이 미사일 쏠 때마다 외국 언론들도 똑같이 반응한다고.

- 아, 그건 좀 다르지 않나?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랑 러시아는 좀 심각한 것 같던데.

- 너랑 나는 지금 전쟁을 쉬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한국에서 사는 게  무서운데.

- 아, 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겁 안 나?

- 북한이 거기  어디지? 거기에다 포탄   있잖아.

- 연평도?

- 응, 그래 거기. 너 그때 무서웠어? 전쟁 날 거라 생각했어?

- 뭐,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지.

- 너 그때 뭐 했는데?

- 나? 나는 그날…


2010년 11월 23일. 나는 미용실에 있었다. 그리고 덴마크에 있던 스노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이봐 브라더, 괜찮은 거야?

- 뭐가? 무슨 일 있어?

- 덴마크 뉴스에서 한국 소식 나오는데 지금 너네 공격받고 있대.


그러면서 TV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줬는데, 거대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 저 화면 속 장소가 한국이라고?

- 응, 모르고 있었건 거야? 북한이 공격하고 있다고. 너 괜찮아? 너 지금 뭐하는데?

- 나? 음… 그게 말이야. 나 지금 미용실이야.


한국이 아직 휴전 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날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세르게이는 나처럼 일상적인 군사적 긴장감에 그냥 익숙해졌나 보다. 그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전쟁은 안 일어나는 건가. 아니면 심각한 상황인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건가. 부디 별일 없이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2022년 2월, 설마 하던 침공은 정말로 일어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중요 도시를 쉽게 장악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5월 11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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