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파일

by 나무

강희의 말을 듣기 위해서 여러 번 심호흡을 했다. 사실 심호흡을 해도 진정되지 않았다,



강희: "사실 애들 있는 집에 밤에 전화 잘 안 하잖아. 급한 일 아니고는..."

나무: "그렇지....."

강희: "물어볼 거 있어서 전화했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세경이 언니랑 지현이 언니한테 요즘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내가 좀 이상하다 싶었대. 그러면서 혹시 나무가 자기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 나한테 했냐고 물어보더라고."

나무: "어??.... 그게 무슨 말이야?..."

강희: "운동 나올 때마다 거의 매일 보는 얼굴인데 내가 왜 언니들한테 인사를 안 하겠냐고 그랬지. 인사를 안 했다면 얘가 못 봤구나 그렇게는 생각 안 해봤냐고 그랬더니.... 자기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나한테 해서 인사도 안 하고 투명스럽게 있고 그런 거 아니였냐고 그러더라고.,, "

나무: "휴........"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강희: "그래서 내가 나무 언니가 미주알고주알 그런 이야기 다 하고 다니는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나한테 그런 적도 없다고 했지. 세경언니도 알다시피 나무 언니 진중한 스타일 아니냐고..."

나무: "휴....."

강희: "아니래. 네가 지금 나한테 그렇게 말은 하지만 아닌 거 다 안다면서 막 그러더라고. 완전 답정너야, 믿지도 않을 거 왜 물어본 거야 대체??"

나무: "그거 말하려고 전화한 거야?... 그 밤에??"

강희: "그리고..... 선생님이랑 언니가 무슨 사이인 거처럼... 이야기하더라고."

나무: "무슨 사이?......"

강희: "썸..... 타는 사이 같다고....."

나무: "뭐???...."

강희: "그래서 내가 세경언니한테 그건 아닌 거 같다고. 언니가 오해한 거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자기가 봤대. 물속에서 둘이 손잡고 있는 거....."

나무: "뭐?......... 뭐... 뭐라고? 물속에서 둘이 손잡고 있다고?"


말 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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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세경언니가 자기 눈으로 봤대. 둘이 손잡고 있는 걸... 그래서 말도 안 된다고 그랬지. 아니 수영장에 얼마나 많은 아줌마들이 있는데. 그 아줌마들이 자기 반 선생님이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해도 눈 흘기고 그러는데 그런 일 있으면 난리 났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더라고......"

나무: "아니.... 아니..... 완전 소설을 쓰고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무슨......."

강희: "그러면서 남편은 알겠냐면서..... 자기 와이프 나가서 운동하는 줄 알지 저러는 거 알겠냐는 말까지 하더라고..,,"

나무: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강희: "나도 우리 큰 애랑 세경언니 큰 애랑 같은 학교에, 같은 학원 다녀서 얽혀 있고 또 둘째는 그 집 둘째랑 어린이집 같은 반이라 얽혀있고 그래. 그 언니가 평소에도 말을 막 하고 다니는 편이라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거 쉽지 않겠어? 나도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서 이야기하는 거야. 내가 괜히 이야기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언니한테 상처 주는 거 같기도 하고......"

나무: "아니야...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니깐 너 말고도 이곳저곳에서 이런 이야기 하고 다녔을 거야. 강희 네가 아니더라도 돌고 돌아 내 귀에 들어왔을 거고.......

근데 좀..... 심하다.......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봐....."


그 날 주꾸미 집에서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바보처럼 눈물만 계속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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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눈이 아주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모습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초라해 보였다. 그리고 가장 억울한 내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데려다준 후 수영장 갈 시간이 되자 고민이 되었다.

그 얼굴들을 또 봐야 할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가기 싫은 마음도 들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들을 행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오기로도 가야만 했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왔더니 아직 준비운동하기 전이었다.


민영: "나무 씨 왔어?"

나무: "아.. 언니 안녕하세요?"

민영: "오늘 일찍 왔네..? 저기.... 할 말이 있는데...."


그러면서 한쪽 코너로 데리고 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민영은 말한다.


민영: "아까 들어오기 전에 샤워하는 데 어떤 사람들이 막 이야기하더라고. 얼핏 들었는데 왠지 나무 씨 이야기인 거 같아서....."

나무: "제 이야기요?......."

민영: "나도 씻고 있어서 제대로는 못 들었는데....... 선생님이랑 썸 타는 사이라고....

우리 수영장에도 그런 썸 타는 사이가 생겼다고 그러더라고..."

나무: "네??....... 대체 누가 그런 소리해요?"

민영: "나도 씻고 있느라 제대로 못 봤지. 너무 깜짝 놀랄만한 소리를 하니깐 가슴이 벌렁거려서......"

나무: "언니 그래도 샤워할 때 내 옆에 누가 있는지 한번 쓱 보잖아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요? 기억 안 나요?"

민영: "난 잘 보지도 못했지 뭐.... 근데..,,, 아니지?? 나무 씨?"

나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일 없습니다."

민영: "밖에서 따로 연락하고 그런 적은 없어?..."

나무: "네?? 저도 가정이 있는데 무슨 소리예요 언니? 전화번호도 모르고 연락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참......"

민영: "그럼 따로 단둘이 만난 적도 없어?......."


내가 이런 말까지 왜 들어야 하지?...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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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언니...... 대체 왜 그러세요? 그런 적도 없고요 사실이 아니에요. 언니 제 뒤에서 매일 서면서 보시고도 모르시겠어요? 자꾸 어떤 사람이 이상한 소문 퍼뜨리고 다니는 거 같은데..."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딱 자르며 민영은 나에게 묻는다.


민영: "누가?.. 그..... 수영은 못하는데 수영복 엄청 화려한 거 입고 다니는 그 엄마 말하는 거지?"

나무: "네?"

민영: "그 옆에 지현인가 뭔가 그 둘이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 말이 많더라고.,,,"

나무: "아무튼 언니... 사실 아니니깐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수업 시간 내내 민영이 한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야만 하는 걸까?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수업이 끝나고 샤워한 후 수영장을 나서는데 강희 얼굴이 보였다.


강희: "언니.... 괜찮아?...."

나무: "휴....... 강희야... 오늘 어떤 이야기까지 들었는지 알아?....

그 선생님이랑 썸 타는 사이 아니냐고 나한테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어...."

강희: "누가?"

나무: "우리 반 어떤 언니가......."

강희: "그럼 세경언니가 여기저기 다 이야기하고 다녔나 봐..."

나무: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밖에서 따로 만난 적 없냐고... 연락한 적도 없냐고.... 나한테 물어보더라.

나 왜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해?....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니?....."


강희: "언니.... 사실은......

그때 세경언니랑 통화한 내용.....

전부 녹음되어 있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 녹음파일 속에 대체 무슨 내용이 있는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