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집 가는 길 삼거리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카페 봄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둘째는 늘 그렇듯이 타로버블티를, 나는 집에서 타 먹어도 될 법한 어른커피를 포장한다. 여느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들어가 앉아 여유를 부릴 수도 없고 좁은 매대 앞에 줄을 서서 그저 포장해 갈 뿐이지만 이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많다.
노란 건물 외벽에 까만색 매장, 그리고 또다시 노란 카페 봄봄 간판의 조화가 단연 눈에 띈다. 바다 마실을 나가는 동네 주민도 한 잔, 올레꾼들도 들러서 한 잔, 우리처럼 왔다갔다 하는 김에 또 한 잔. 봄봄 매장 중 상위 매출을 찍는 곳일지도 모른다.
카페 봄봄을 애정하는 이유는 같은 제목의 단편을 쓴 소설가 김유정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봄봄 제목 하나로 어른 커피를 먹다가 '봄봄'의 얄궂은 장인을 떠올리고, 점순이의 키는 왜 그렇게 크질 못해서 '나'의 애간장을 녹였을까, 장인 편을 드는 점순이를 보며 '나'는 혼례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혼자 꿍얼거려보기도 한다. 단 몇 분이지만 '봄봄'의 점순이가 사랑을 쟁취하는 '동백꽃'의 점순이와 오버랩된다.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오란 동백꽃의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그 냄새하며 고만 땅이 꺼질 듯한 아찔함에 넋 놓아 버린 '나'의 마음까지.
몇 해 전 김유정 문학촌에서 만난 그 노오란 동백꽃, 봄의 전령 생강나무꽃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던 그 알싸한 향기. 그때부터 나는 봄의 향기를 알싸함으로 느끼게 되었다. 김유정을 내 맘대로 봄의 작가로 여기게 된 것처럼.
카페 봄봄의 노란 외벽과 간판이 노란 생강나무꽃처럼 보이니 그 앞을 지날때마다 알싸한 봄 향기를 느낀다. 봄은 점순이와 점순이의 의뭉스럽고도 유쾌한 사랑을 닮았다. 봄길은 걷고 있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 발랄하다. 그 발랄한 발걸음으로 김유정 문학촌의 실레이야기길을 걷고 싶구나. 길 이름들이 어찌나 이쁜지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이런 식이니 걷기에는 1도 관심 없는나마저도 걷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봄이 꼬리를 길게 끌고 다 지나가나보다. 당분간 카페 봄봄을 보며 봄의 퇴장이 아쉬운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이글을 읽은 이들도 카페 봄봄만 보면 김유정과 점순이와 노란 생강나무꽃과 그리고 아찔한 봄향기처럼 봉글봉글한 사랑이 내내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