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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r 27. 2024

주재원 와이프라서...

좋겠다. 좋을까?

남편을 따라 해외로 나가서 살게 됐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이

"좋겠다" 

고 했다.


'좋겠다'의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아이들 영어 실력을 향상할 수 있어서

해외에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한번 살아볼 수 있어서

주재원 사모님으로 살아 볼 수 있어서 

등등...


위의 모든 것에 공감하지만, 또 반대로 상상하지 못했던 면으로 힘든 부 분들도 많았다.

그중 첫 번째는 내가 온전한 '안사람'이 되면서......


남편 외에 동반가족들은 모두 가족비자로 이곳에 체류하게 된다. 주재원 와이프는 이곳에서 경제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온전히 남편만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남편과 육아, 집안일, 대소사 등 다 함께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정부가 있고 남편도 빤히 아는 나의 스케줄에 남편은 어느 순간 당연한 듯 집안일로부터 분리가 되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이곳에서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때 집안일은 남편의 회사일에 밀렸다. 남편에게 부탁을 하면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라는 말이 돌아와 내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물론 내가 해도 되는 일 일 수 있지만 남편의 말이 너무나 서운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워낙 바쁘게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집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 아이들 학교일 등 자잘한 일들을 온전히 내가 맡아하게 되었고 남편은 정말 회사일만 하게 되었다.

'가정부가 있는데 남편한테 집안일을 부탁할 것도 아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 거야?'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온전히 내가 '안사람'이 되는 이 기분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부부 역할 평등을 교육받고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 살아오다가, 주재원 와이프가 되는 순간 갑자기 전통적인 아내의 역할로 확 틀어진 것이다.


한국은 주 4 근무에, 탄력근무, 권장휴일 등 이 있어서 아빠들이 여유롭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 남편은 월요일부터 주말근무, 밤 10시 귀가 등 내가 어릴 적 우리 아빠를 보는 것 같다.


남편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아이들은 국제학교를 다니며 그들의 경험을 쌓지만 상대적으로 주재원 와이프는 그렇다 할 업적도 성취도 없다. 주재원 와이프를 해외에서는 Travailing Wife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역하면 '따라다니는 아내' 정도가 된다. 비단 이런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주재원 와이프들이 남편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이주하면서 겪는 그 마음은 다 비슷하다.


오늘도 하루종일 전구 교체, 정수기 물새는 문제, 아이들 학교 학비 관련 학비 문의, 정수기 고장으로 생수 주문, 곧 다가오는 휴가 준비등을 하며 분주히 하루를 보냈다. 하루를 다 마치고 나면, 

'오늘 날 위해서 나는 무엇을 했지? '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괜스레 헛헛해지는 마음을 이렇게 글로 위로해 본다.


오늘도 밤 10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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