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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햇살 Aug 09. 2023

연꽃 1

  계절마다 여러 가지 꽃이 아름답지만 여름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붉은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 배롱나무, 소복하고 풍성한 꽃다발이 아름다운 수국 그리고 물가에서 잎과 줄기를 높이 올린 연꽃 등이 있지 않을까? 


  연꽃은 무척이나 긴 세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꽃이다.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초록잎과 고운 꽃줄기가 물 위를 피어나면 마치 연못 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 느껴진다. 나는 연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꽃도 좋지만 그 줄기위에 넓고 둥글게 피어난 잎도 좋아한다. 연의 어린잎을 본 적이 있는가? 줄기를 중심으로 조글조글하게 양 옆에서 가운데로 돌돌 말려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그게 시드는 모양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려있던 잎이 양 날개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연꽃을 보기에 가장 좋은 날은 보슬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아침에 봉오리가 열린 연꽃과 함께 빗방울이 연잎을 토독토독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오목한 잎 가운데로 빗물이 데굴데굴 모이다 흔적도 없이 쪼로록 쏟아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내 맘 어딘가 있던 티끌들도 다 흩어져 귀한 분께 드릴 꽃을 따러온 선녀라도 된 기분이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연밭 오솔길에 밤새 고인 연 꽃 향기가 걸을때마다 풀석풀석 피어오를땐 더욱 그렇다.     

  

이렇게나 연꽃을 좋아하는 내게 몇 년 전 아주 특별한 뉴스가 있었다. 700년전 고려시대의 연꽃이 다시 꽃을 피웠다는 소식이었다. 경남 함안 성산산성의 유적을 발굴하던중 토기안에서 발견된 10개의 연꽃씨앗 살아있는 3개를 발아시켰는데 그 중 하나만이 싹을 틔웠고 시배지에서 고이 길러 대규모의 연밭을 이루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함안지역은 아라가야가 있던 곳이기에 이름을 ‘아라홍련’으로 하였다는 기사를 읽은 뒤 사진의 연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고려시대 불화에서 보았던 바로 그 연꽃과 똑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취미로 민화를 그리면서 연화도를 그리기 위해 연꽃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했는데 고려시대 불화에 표현된 연꽃은 꽃분홍 연꽃잎에 분홍색 세로 잎맥이 두드러지고 날렵한 꽃잎이 단아하면서도 화려해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연꽃은 그런 잎맥은 눈에 띄지 않아서 꽃에 화려함을 더한 표현 기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활한 고려시대 연꽃이 바로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부터 나는 여름만 오면 마음이 바빠졌다. 집에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 곳에 연꽃을 보러가고 싶어서 벼르다가 한 해가 가고 벼르다가 또 한 해가 갔다. 그리고 올해 여름, 그 연꽃이 한 시간 거리 세종수목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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