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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n 02. 2021

동쪽의 바람과 서쪽의 태양이 정답게 마주하는 그곳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85회 정기연주회

예당 뿌신다 지구 뿌신다


이번 공연은 가장 오랫동안 기다려온 공연이었다. 이제 움직여볼까 하고 예매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공연이기 때문이다. 일찍 움직인 덕에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한 중블 2 열도 업어온 건 덤이다. r석인데 3만 원이라는 알흠다운 가격이라니....(C 모 기획사는 조느님 협연 r석을 두 자릿수로 받아먹는 비양심행위를 하루빨리 시정하길 바람)


게다가 조느님이나 열음 언니는 매번 외국 오케스트라하고만 협연을 붙여주니 안 그래도 비싼 표값이 기획사의 비양심행위로 63 빌딩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s석까지 두 자릿수를 찍는 일은 원투데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래 모아둔 돈 아낌없이 풀어 좋은 자리에서 최애님 영접해야지 하고 끊었다간 무료 초대권 관크(비매너 관객으로 받는 피해) 파티를 체험할 수 있다. 지인 초대권 관객들은 공연 오기 전에 연주자 지인에게 공연 매너를 전수받아서 관람 매너가 괜찮은데 후원 기업체 초대권 관객은 비매너의 끝판왕을 달리기 때문이다.


지난주 온몸으로 깨달은 진리를 잊지 않고 이번에는 일찌감치 집에서 나왔다. 역시 경기도 원정러에게 허락되는 여유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의 여유밖에 없다. 코시국이 빨리 끝나야 막차 시간도 여유 있어질 텐데 언제쯤 2시간 넘어가는 공연도 마음 편히 볼지 모르겠다ㅠ


드디어 나도 예당 콘서트홀에 들어가는 날이 왔다. 전국 천상 음향 공연장 3대장이고 최애 6인사도들의 수도권 공연 무대이기도 해서 기대를 많이 해놨다ㅋㅋ 경기도 원정러를 배려하지 않는 놋쇠홀 아웃  사실 칸테 그라모폰에게 가장 최적화된 공연장은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지만 코시국 이전부터 클래식 공연을 줄이는 추세였고 코시국을 맞자 공연이 1달에 두 번꼴로 반토막이 났다.


아람누리 하이든홀이 천상급 음향이라는데 왜 그 좋은 홀을 슬기롭게 쓰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공연은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다. 피아노 덕후라 교향곡 울렁증 중기지만 2부 교향곡으로 세헤라자데가 있어 덥석 골랐다. 다는 아니어도 조금씩은 들어본 곡이니 내 좌석이 귀호강 숙박업소가 되진 않겠지? (여자경쌤 보러 간 거면서 핑계 대지 말거라...)


5월 초 열릴 낮콘서트도 예매했는데 공연 하루 전 단원이 코로롱에 걸려 취소된 아픈 추억이 있는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그때 이후로 문자와 카톡만 오면 가슴이 지구 맨틀까지 추락하고 우리 집 펭귄에게 줬던 예습 의지는 안드로메다로 가서 안 돌아왔다ㅠ


다음 달이면 출석도장을 찍을 오페라하우스도 보인다. 6월 음악당 연주회들이 내 취향을 정확하게 빗나가는 구성이고(아는 곡이 하나도 안 나온다니 이게 머선 129ㅠ) 때맞춰 발레축제가 열려서 6월은 발레의 달이 될 듯하다. 오페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경기도 원정러에게 무리고 발레는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호두깎는 인형 시즌까지 너튜브 발레 공연만 봐야 해서 공연이 뜨면 뒤도 보지 말고 예약하길 바란다.

모선생님 502 카페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가격은 양심 없지만 맛이 돈 값을 한다는 평이 많아 코시국이 끝나면 가보기로 한다.

예당 콘서트홀도 로비의 3355 지인 잔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혼공러라면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어 혼공이 절대 뻘쭘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널리 퍼뜨리자.

1층 중블 2열은 맨 앞에 앉은 현악기 연주자들과 지휘자만 보이는 자리다. 그마저도 고개를 올리고 있어야 답답하지 않으니 오케스트라 전체를 다 보고 싶거나 뒷목 통증이 심하면 2층 앞쪽 자리를 가길 권한다. 하지만 악장과 지휘자의 표정과 손짓을 보고 싶으면 이 자리만큼 좋은 곳도 없다. 단원들 악보에 적힌 표시나 첼로 활 줄이 끊어져 펄럭이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합창석을 열어주지 않는 공연에서 지휘자의 표정을 보려면 왼쪽보다는 약간 오른쪽 자리에 앉는 게 경기도 안성맞춤이다. 단원들에게 사인을 보낼 때 왼쪽보다는 오른쪽으로 몸을 많이 돌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카리스마 눈빛과 뿌듯미소는 기본이요 툿 툿 하는 허밍(?)까지 듣고 왔다ㅋㅋ


그리고 서서 연주하는 현악 관악 성악 협연자는 표정은 기본에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지만 피아노 협연은 뚜껑에 가려 시야 방해에 매우 최적화된 조건이니 피아노 협연이면 d열보다는 왼쪽으로 가는 게 낫다.  


이번 공연은 캐백수에서 녹화해 7월에 방송을 탈 예정이다. 예매할 때 녹화한대서 헉 내 자리 시방석 되는 거 아냐했는데 다행히 카메라는 합창석과 박스석에만 있었다. 그런 자리는 알아서 안 팔겠지 싶지만 놋쇠홀에서 카메라맨 등짝으로 일조권이 박탈당한 자리를 사전고지 없이 판매한 비양심행위 때문에 덩달아 걱정했었다;;


드디어 객석이 어두워지고 단원들이 입장한다. 평소 밥 먹을 때 티비 너튜브 연결로 자주 틀어 몇몇 단원들은 내적 친밀감이 든 건 안비밀이다. 조느님 팬들이 쇼콩 결선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바르샤바 필 단원들을 길에서 만나면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은 절대 뻥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프닝 곡은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이다. 코스 요리의 애피타이저가 입맛을 돋우어 다음 코스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게 하듯이 오프닝 곡도 잠들어있는 클덕본능을 깨워주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 오케 정기연주회에서는 서곡을 많이 연주해 폴로베츠인의 춤도 서곡인가 싶겠지만 개선 행진곡처럼 중간에 나오는 음악이다. 오해하지 말자.




사실 세헤라자데 빼고는 제목부터 작곡가까지 가가 누구여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곡들이라 예습은 우리 집 펭귄들에게 던져두고 왔는데 우려했던 공연장 귀호강 숙박업소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현악기가 귀를 흔들어대고 타악기가 가슴을 쳐대니 역시 클음은 직거래가 제맛이다.


다음은 1부 메인 요리인 라이네케 플루트 협주곡이다. 그래도 예습을 아예 안 하긴 찔리고 피아노 다음으로 좋아하는 악기라 살짝 듣고 왔는데 역시 낭만파 작곡가라 그런지 흘러가는 대로 즐기면 된다. 1악장과 3악장은 궁정 무도회 브금 2악장은 최종 보스전 브금이다. 역시 플루트는 나경님이 제맛이야. 그리고 여자경쌤과 나경님이 친한 사이인 데다가 협연자를 잘 배려해주시는 지휘자라 환상의 조합이 나올 수 있었다. 협연자 생각도 안 하고 마이 웨이인 지휘자들 별로.....(궁금하면 조느님 차콩시절 차피협 영상 보시길. 이 영상으로 오케스트라가 대놓고 협연자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앙코르는 카프리스 1번 플루트 버전이었다.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이번에 처음 가서 현악 관악 협연자 앙코르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하는 줄 알았는데 무반주로 연주해 더 헛? 했다. 게다가 내가 아는 카프리스는 라라 라도시라 미미 미솔파미인데 그건 카프리스 24번이었다. 그래도 겁나 좋군?


https://youtu.be/zynHqh3nmrI

피겨팬이라면 연느님과 자칭 라이벌이던 모 선수의 갈라 프로그램 음악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시기를 보면 알겠지만 연느님이 전성기를 맞이한 동시에 그 선수는 체형 변화와 기본기 부실을 극복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타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선수의 강점인 발랄하고 활기찬 스타일은 사라지고 연느님의 성숙우아미를 의식해 은근섹시로 빠지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이미지가 되어버렸다ㅠ 아니 녹턴이랑 즉흥환상곡 같은 스타일 잘 어울리던데 왜 그런 노선을 탄 건가요....


원래 오케 연주회에서는 앙코르를 각각 1곡씩 하고 끝나지만 지휘자 선생님의 독려로 great train race까지 들을 수 있었다. 현대곡이라 내가 지금 듣는 건 플루트 곡인가 흐미 곡인가를 느끼며 뱀소환의 세계로 빠지는 곡이다. 아니 어떻게 플루트만 연주하는데 갑자기 휘리리리 여자사람 목소리가 들리죠? 처음엔 누가 개념 없이 따라 부르는 건가 했는데 플루트에서 동시에 나는 소리였다;;


https://youtu.be/NHzBFZmGsDo


아라비안 나하하하하하하잇 신비한 이야기~


2부 메인 요리 세헤라자데가 왔다. 성악 협연도 아닌데 스크린이 왜 내려와 있지 오페라 발레 반주도 아닌데 보면대에 램프는 왜 달려있지 궁금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연주 전에 세헤라자데 설화를 설명하는 간단한 영상을 보여줬고 환상적인 동화 분위기를 위해 화려한 조명이 오케스트라를 감쌌기 때문이다. 악장 솔로가 많이 나오는 곡이라 핀 조명도 필요했고.... 이런 연출은 언제나 환영이다.


강남심포니 관계자분들 이 글 보시거든 다음 정기연주회 때도 조명쇼 연출은 꼭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헤라자데는 빨간 의상을 입은 연느님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07. 71이라는 여자 싱글 최초 200점대 돌파로 유명한 곡이다. 그래서 그 시절을 보낸 한국인이라면 5분 요약 버전을 통해 자동으로 예습돼 아 이거를 외칠 수 있다. 하지만 연느님 요약 버전은 3, 4악장을 주로 썼기 때문에 앞부분에서 눈꺼풀 부착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https://youtu.be/fT3m0kmz9hs

안 보고 가면 섭하죠?


2부 앙코르는 림선생님 히트곡 2대장 왕벌의 비행이다. 가기 전에 스타워즈 ost(교축 못 간 자의 한) 아니면 슈트라우스의 천일야화 왈츠(tausend und eine nacht, 번역을 잘못해서 그렇지 세헤라자데와 상관 x)를 궁예 했는데 정확히 빗나갔다. 그래도 왕벌의 비행을 해서 다행이지 궁예가 적중했으면 막차 놓쳐서 깨깨오 택시 부를 뻔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예매사이트에 나오는 러닝타임을 너무 믿지 말길 바란다.

2주 만에 다시 만난 여자경 선생님

단원분들이 지인들과 상봉할 때도 안 나오셔서 오늘은 일찍 가셨나 했는데 슈스(?) 답게 출연자 출입구에도 손님들이 찾아와 시간이 지체된 것이었다. 싸인 요청하니 내 얼굴 보시자마자 지난번에 국립극장에서 봤던 분 아니냐며 알아보셨다ㄷㄷ 이제껏 연주회에서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날 어떻게 기억하시는 건지 신기했다.  

그래도 두 번째 만났다고 사진은 쫄지않고 고개 들고 허리 펴고 찍었다. 하지만 어버버 모드는 아직까지 해제되지 않은 건 안비밀이다ㅠ 아직 최애 1호님에게 가기엔 담력이 부족하구나.


사진 찍어주신 강남 문화재단 직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꽃다발은 제가 드린 거 아닙니다;;

공연 가기 전 정기연주회 후기들을 쭉 봤을 때 작년 정기연주회에 강남구 높으신 분들이 총출동해 예당 관크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말이 나와 이번에도 혹시나 싶었다. 다행히 높으신 분들은 안 왔는지 분위기 말아먹는 수준의 관크는 없었지만 나오면서 다른 관객들이 잡담하는 사람들 신경 쓰였다고 하는 걸 보면 자리가 좋아서 못 느낀 듯하다.(하지만 다음 날 공연 투어 사상 최악의 관크를 만나게 되는데....)

싸인은 쇼선생님 자장가 악보에 받았다. 어떤 물건이든 싸인을 받는 순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레어템이 되기 때문에 다음 달에 새 악보를 살 예정인 자장가 악보를 들고 갔다. 싸인 해주시면서 피아노 하시나 봐요 그러셨는데 선생님..... 사실 저 취미러에요. 피아노 배운 지 1n년차라 전공자들이 건드리는 곡도 조금씩 만져보는 것뿐입니다;;


그나저나 예전에 연주 영상 올리면서 누구의 싸인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덕질하던 최애 6인사도가 아니라 새로운 최애님이 싸인 1번 타자가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https://blog.naver.com/minicante/222154395983


덧) 이날 이후 교향곡 울렁증은 완치되었다. 오케스트라 곡은 꼭 공연장에 가서 들어보길 바란다. (지금도 폴로베츠인의 춤 듣고 있는데 공연장에서 들었던 느낌은 살지 않는다ㅠ)


덧 2) 공연 중간중간에 울컥했던 건 안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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