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 마타타 Feb 24. 2023

4시 반에 일어나서 뭐 해?

새벽이 주는 편안함

4시 25분,

뒤척이다 핸드폰 시계를 본다.


'아직 알람의 울리기까지 5분이 남았어.

딱 5분만 있다가 일어나자.'

야무지게 다짐을 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4시 30분,

진짜 알람이 울린다.

5분 동안 잠에 완전히 취했는지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다.

'아, 아까 눈 떠졌을 때 그냥 일어날걸.'이란

뒤늦은 후회를 한다.


눈을 감아도, 떠도

깜깜한 새벽에 불도 켜기 전에 커피 머신 버튼을 누르고 예열을 한다.

이제 화장실의 불을 켜고 찬물로 세수를 한다.

 

찬물이 얼굴에 닿는 순간 정신이 깨는 그 느낌이 좋다.

커피가 떨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그래도 잘 살고 있는 거야.'라며 나를 위로한다.

어릴 적 TV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던 모습은 부자를 상징한다는 나의 오래된 고정관념으로 말이다.

(물론 지금 나는 부자는 아니다. 자산보다 빚이 더 많고, 매달 은행에게 상납을 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아서 다이어리를 펴면서 나의 공식 일과를 시작한다.

공식 일과라고 거창하게는 썼지만

실 나의 새벽 시간은 거창하지 않다.


"4시 반에 일어나서 뭐 해?"

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것저것"이라는 대답뿐이다.

남들처럼 멋지게 자기 계발을 위해서 새벽에 일어난다고 말하고 싶지만 ,

그럴 수 없다.


정해진 루틴대로 멋지게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신드롬을 만들어 냈던 "아침형 인간"

그리고 요즘에는 "미라클 모닝" 단어가 생겼을 정도이니 아침시간이 중요하긴 하나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간에  정말 딱히 말할 수 없는 이것저것의 잡다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다이어리를 펴고 오늘 확인해야 할 일정을 보고,

책을 집어든다.

책은 눈에 띄는 거 아무거나다. 

어제 보고 있던 책일 때도 있고,

도서관에서 새로 빌려온 책일 때도 있고,

남들의 추천을 받아서 주문한 책일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책을 읽는 행위는 매일 하고 있다는 거다.


1시간 정도 책을 읽고 나서 공부하는 영어책을 편다.

정말 기본적인 영어를 간신히 하면서 살고 있는데

아이가 영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에게 물어보는 것들이 많이 생겼는데

대답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보다 반 발짝 앞에서,-같이 공부하려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공식적 루틴의 마무리다.


5시 55분,

남편을 깨운다.

회사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기 때문에 깨우기만 하면 된다.


다시 책상에 앉는다.

이때부터는 정말 온전한 나의 자유시간이다.

인터넷 가십기사를 보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댓글을 달기도 하고,

브런치를 글을 읽기도 한다.

이런 활동으로 집에서 집으로

출, 퇴근하는 사람이 세상과 소통을 한다.


잠든 사람이 더 많은 시간에 깨어 있어서

홀로 느낄 수 있는 기분과

정말 이것저것 하면서

어둠에서 밝아오는 을 보는 재미도 좋다.


자기 계발을 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지만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의 인생에서

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7시 20분,

아이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후다닥 책을 편다.

책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연출을 하기 위함이다.

(가끔은 진짜 책에 빠져있을 때가 있다.)

아이는 책을 들고 와서 내 옆에 앉는다.

그리고 같이 책을 본다.

아니, 나는 아이의 얼굴을 빤히 본다.

이 시간이 내 아이의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저녁을 먹을 때가 되어야 만난다.

아이가 더 크면 더 늦게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진짜 얼굴 보는 시간이 없을 듯하다.


7시 30분,

아이는 그대로 책을 읽고 나만 일어나서

아이가 먹을 아침을 준비하는 걸로 나의 시간은 종료된다.


24시간 중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3시간.

무엇이든 해도 되는 시간,

무엇이든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래서 참 좋다.

이 시간이 나에게 허락되어서 감사하다.


새벽이 주는 편안함에

내 삶도 편안함에 이르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너도 누군가의 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