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 마타타 Sep 23. 2024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인생의 경로에서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운전할 때 친절하게 나오는 내비게이션의 음성이 오늘따라 더 귀에 꽂힌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안내 문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살면서 앞날을 준비한다 해도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고가 있기 전에 이런 안내 문구가 나온다면 덜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볼 법하다.

지금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그  간절함은 더욱 커진다.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만  알 수만  있다면  덜  괴로울  것  같다는  자조를  해보면서 말이다.     

"터널 길이는  약  1.2KM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면.


인생이  내  뜻대로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만은

나만의  터널을  지날 때는

'나만 빼고 다들 잘 나가네'라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분명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박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데는 한순간이다.

그것도 나 자신이 말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빌리면

누군가의 시선에서 보면 내 인생도 희극으로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까이 있으니 비극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생각을 바꾸어보면 내 인생도 그렇게 박복하지만은 않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며,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주변인도 있으니 말이다.


한 순간에 가진 것을 많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나 자신이다.     

바라보는 방향을 바꾸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 시선을 바꾸는 데는 쉽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박복한 인생에서 건강한 몸 하나로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건강한 몸은 당연한 디폴트값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말이다.    

 

이 세상에서 주어진 기본 값을 탓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을 대신 선택해 주는 경우는 없다,

선택은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 건 정해진 길에서 나오는 멘트이고

나의 인생경로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며, 인생의 정해진 경로라는 건 애초에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나만의 경로로 가본다.

“길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더라도.         

                

사진출처-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