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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햇살 코치 Oct 17. 2022

잘 쓰고 싶어서 안 써요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오후 내내 NLP 프로코치 훈련을 받았다. 코치와 내담자 역할을 하며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주제로 잡고 코칭을 진행했다. 


“어떤 문제가 있으신가요?” 박 코치님이 묻는다. 

“책을 내고 싶어요. 그런데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아요.”

내 대답을 들은 코치님은 놀리듯 웃으며 말한다.

“그거 3년 전부터 했던 말 아니세요?”

“어머! 그랬나요?” 순간 당황스러워 나도 깔깔 웃는다.  

   

박 코치님과는 3년 전에 글쓰기 코칭 수업을 함께 들었다. 그때 이후 책 쓰기는 마음속에 품어온 소망이다. 작년 말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두 번만에 합격되어 마치 출간 작가가 된 양 기뻐했다. 그런데 정작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다.     


“요즘 브런치에 글도 안 쓰시던데요. 내가 알람 맞춰놨는데 몇 달째 알람이 안 울리더라고요.”    

박 코치님은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다. 


글쓰기를 떠올리면 명치에 작은 모래주머니가 놓여있는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져 부담스럽다. 흰색 화면에 커서가 깜빡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모래시계가 거꾸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블로그는 사진이 주이고 몇 줄이든 내가 내키는 대로 가볍게 쓸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그런데 브런치에는 긴 줄글을 써야 하고 왠지 완성도가 있는 글을 써야 할 것만 같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해 정작 글을 못 쓰고 있다.     


내 말에 커다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화들짝 놀라며 말한다. 

“어머, 블로그를 무시하시는 거예요? 블로그에는 아무 글이나 편하게 올리고 브런치는 안되고. 둘의 차이를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내가 브런치라면 슬플 것 같아요. 글을 올리지 않으니 말이에요.”     


코치님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을 나름 열심히 설명했지만, 박 코치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설명을 하다 보니 나도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해’라는 관념이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얼마나 멋진 글을 쓰고 싶어 이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마치 새장처럼 생각의 틀이 글쓰기뿐만 아니라 일상과 삶 전반에도 유사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후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으며 코칭을 진행했다. 


책쓰기라는 신기류를 쳐다보며 ‘나에겐 저곳으로 가는 지도가 없어. 그 지도만 있다면 갈 텐데......’ 라며 모래사막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번쩍 생각이 스친다. ‘지도는 원래 없지 않을까? 내가 걸어가면 그게 바로 길이고 지도가 될 텐데.....’     


'몇 줄이라도 그냥 쓰자'


현재 내 모습을 그리는 글을 쓰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알람을 보고 반가워할 박코치님의 얼굴을 떠올리니 마음이 따듯해지며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글쓰기 #브런치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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