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다닐 학원과 교정치료를 위한 치과를 알아보느라 하루 종일 분주히 보냈다.
목동과 여의도를 비롯해 주변 곳곳을 다니다 보니 몸이 쑤시고 피로감이 몰려온다. 가족들 저녁을 챙기고
밤 11시가 돼서야 노트북 앞에 앉아 차분히 내 시간을 가진다. 그때 비로소 잊고 있던 생각이 스친다.
'맞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확인해봐야겠다.'
주말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지난 4월에 한 번 고배를 마신 후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건 지난해 날자 이조영 코치의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다. 작은 체구의 코치님은 눈을 즐겁게 하는 원색의 옷을 입고 강단 있는 목소리로 눈을 반짝 반짝이며 쳐다보는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글을 계속 쓰는 게 제일 중요해요.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에요. 우리 수강생 모두가 브런치 작가가 되어 그곳에서 함께 글을 쓰고 만나면 좋겠어요. 제가 아는 모든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제 안내에 따라 도전해 보세요."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은 별도의 수업이 있을 만큼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코치님의 당찬 모습을 보니 절로 의지가 되며 든든함과 함께 설렘과 희망이 몽글몽글 부풀어 올랐다.
글쓰기 고급과정까지 마치고 4월에 첫 도전을 했다. 작가 소개와 앞으로 어떤 글을 작성할지 구성을 하고 글동지들과 코치님의 피드백도 받았다.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결과를 받았다.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잘 시도하지 않던 나이기에 결과를 받으니 실망과 함께 의욕이 떨어졌다.
언젠가 다시 도전하리라는 다짐을 마음 한편에 놓아두고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새 연말이 되었다.
지난달 [마음의허기를 달래주는 모둠코칭] 오디오클립에서 새로운 시리즈 [이끼의 발견]을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탁월성을 배우는 코너다. 시작은 이끼코칭센터의 코치들로 출발했다. 3명의 코치를 내가 인터뷰했고 봄 코치님이 나를 인터뷰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질문을 듣고 2021년 비전보드에 적었던 내용 중 이루지 못한 '남해여행'을 가고 싶다 대답했다. 이어서 진짜 마음속에 걸려 있던 소망을 말했다. 바로 '브런치 작가 되기'다.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웠지만, 목에 걸린 무언가를 토해내듯 그렇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두 번째 도전을 했고 이후 아침저녁으로 마치 수험생이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듯 두근두근 기대감과 긴장감을 느끼며 메일함을 확인했다.
밤늦게 메일 계정에 로그인하고 위부터 재빨리 리스트를 훑는다.
중간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일 제목을 보고내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마우스를 클릭해 메일 내용을 확인하니 비전보드에 넣어둔 이미지가 그대로 보인다.
"우와~~~ 나 브런치 작가 됐어!!!"
신이 난 나는 상기되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 아이방 방문을 '똑똑똑' 급히 두드리며 "엄마브런치 작가 됐어!"라고 말했다.
"엄마 목소리 여기서도 다 들렸어!"
사춘기 딸은 다소 냉소적으로 시크하게 말한다.
"호호호"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저 싱글벙글 즐겁다.
안방에 있던 남편의 축하인사를 받고 나는 재빨리 "곧 NLP 브작A" 단톡방에 소식을 전한다.
"저 브작되었어요^^. 신나요~~"
절친인 NLP동료 중 이미 두 명은 브런치 작가고 이번에 내가 되면서 "곧"을 떼고 브런치 작가들 모임이 완결되었다. 친구들과 공통점이 하나 더 샹겨 더욱 즐겁다.
다음날 아침부터 지인들에게 브런치 입성 소식을 신나게 알리며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했다.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구독자가 한 명씩 늘때마다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게 뭐라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마치 책이라도 출간한양 들떴다. '처음'이 주는 설렘과 '작가'라는 말이 주는 매력, 무언가를 소망하며 도전하고 이루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복합적으로 다가오며 주관적인 기쁨의 강도를 키웠다.
올 초 자기 탐색 프로젝트 [레드북]에 참여해 2021년 비전보드를 작성했다. 솔직히 나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데 익숙지 않다. 꿈을 꾸고 비전을 수립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는 더더욱 서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꿈꾸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고 후회하는데 더 능하다.
그런데 비전보드를 만들며 이루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고 관련된 이미지를 모으며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 되기는 9가지 목표 중 하나다.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여두고 노트북 바탕화면에도 깔아 놓았다.
그리고 연말이 된 지금 신기하게도 목표의 70% 정도를 이뤘다. 뿌듯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와 잔잔하게 퍼지며 온 몸을 가득 채운다.
비전보드를 만들어 이미지를 상상하고, 인터뷰를 통해 '브런치 작가 되기에 도전할래요'라고 선언하면서 꿈(목표)을 향해 나아가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목표 하나를 100% 달성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이번에 신청을 하며 나 스스로 첫 번째 도전때와 차이를 느꼈다. 처음에는 내가 쓸 글감을 만들어 내기 바빴다면, 이번에는 쓰고 싶은 글의 내용이 명확했다. 브런치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려 할 필요도 없었고 그저 내가 담고 싶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작성했다. 8개월 동안 성장했고 '자존감'에 대한 배움과 성찰도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