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rple May 16. 2023

6-1) 자기애를 느낄 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다른사람과 소통하는 마음

워크 오브 페임


2022년 10월 6일




할리우드 사인을 보고 온 후에 할리우드 거리를 다시 한 번 더 걸었다. 첫 번째로 간 날과는 다르게 더 시간을 투자 해서 보고 오고 싶었다.

'워크 오브 페임'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어안이 벙벙했던 첫 번째와 다르게, 두 번째로 간 날엔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다.


할리우드 사인에서 내려와 '워크오브페임'을 걸어가면, 별의 길이 거의 끝이 없이 펼쳐진다. 처음엔 그 바닥만 보고 걸었다면, 이번엔 주변 상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기념품 샵이었다. 관광지 할리우드인만큼 거리에는 비슷한 곳이 많았다. 찾아봤던 블로그 중에서 이런 가게에서 찍은 사진들이 있었는데 관심가는 것들이 많아 들려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진은 이쁘지만 사기에는 돈이 조금 아까웠다. 가격도 그렇게 착하지 않았기에 좋은 눈요기만 하고 돌아 나왔다.


대신에 할리우드에서 첫 번째로 지갑을 연 것은 '크레페'였다!!

나는 크레페를 정말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쯤 평촌학원가에서 학원을 다니다가 산책 겸 학원 뒤쪽 골목을 걸어갔던 적이있다. 그 때 우연히 만났던 크레페집을 잊지 못한다. 생에 처음 먹어보는 크레페였고, 티비에서만 봤던 군것질이었다. 그 뒤로부터 크레페를 수소문 했지만, 우리 동네에는 없었고 곧 평촌의 크레페집도 사라졌다.

크레페를 다시 본 것은 어른이 된 한 참 후였다. 서울로 여가를 즐기러 가는 게 익숙해질 무렵, 찾았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도 홍대에 공부를 하러 가다가 크레페집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그정도로 크레페 사랑에 진심이라는 것만 기억해두면 될 것 같다.


어찌됐던 '미국현지(실제 크레페 현지가 어디인지는 모르나)에서 크레페를 먹을 수 있다니!'라는 생각에, 또 간판부터 보이는 화려한 토핑에 바로 지갑을 열었다. 대략 9달러로 한국 물가를 생각하면 착한 가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망설이지 않고, 추천메뉴 둘 중에서 이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주인분께 둘 중 무엇을 추천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마시멜로 크레페'가 더 유명하다고 대답해 줬다.


'마시멜로 크레페라니...!!!'


받아들고 흥분을 멈추지 못한 나머지 초콜릿을 어디에 묻히는 지도 모르게 진심으로 맛있게 다 먹었다. 이후, 프랑스 영화제를 갔던 먼 훗날 먹은 크레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이번 할리우드 거리에서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간과 자료조사였다. 돌비극장에서 아카데미가 열린다는 것, 그 극장이 코닥극장이었다가 바뀌었다는 것, 저 건물 위에 왜 사람들이 많은지 등등.


이곳 3층 반대쪽 면에서는 오늘 갔다온 할리우드 사인을 볼 수 있었다. 저 작게 보이는 사인을 눈 앞에서 딥따시만하게 크게 봤다는 것이 한 번 더 감격스러웠다.



 돌비극장도 세세하게 봤었었는데, <기생충>이 아카데미의 기둥에 박혀있었다. 이곳은 여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들이 기둥에 세겨져 있다. 전세계 영화를 하는 사람들 또 관광객들이 오는 곳에서 한국영화가 자리해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이것이 '큰 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서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다음에 또, 그땐 드레스를 입고 와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왔다.



할리우드의 차이나 극장 앞에는 그 유명한 '핸드프린팅'이 있다. 영화 상영이 끝난 시간대여서 오히려 편하게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윌스미스의 핸드프린팅도 보고, 마블 히어로의 것도 보았는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대한민국 배우의 프린팅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병헌' '안성기' 배우님의 발과 손의 프린팅이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다가 왼쪽 끝자락에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가도, 이런 감정이 드는 것 마저 배가 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한국배우가 있다는 것이, 한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던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이번 거리에서 인상깊었던 것이 있다면, 여성 카메라 감독을 봤던 순간이다. '여성 카메라 감독'이라는 말이 참 웃기면서 동시에 연세만큼 카리스마가 묻어나오는 그분의 아우라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영화계에서 특히 기술파트일 수록 여성의 키스탭이 적다. 그 현실을 생각하다 보니, 이 분의 사정은 알지 못하나 이입돼 생각하게 됐다. 포스에서 나오는 경험치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옆에 있고 싶어져 주위를 멤돌았다. 조금이라도 영상쪽 기운을 받고 가고 싶었다.

언제나 카메라를 번쩍 들고가는 여성은 멋있다



할리우드 워크오브 페임을 포함하여 할리우드 사인 투어는 성공적이었다. 급 생각해 가게 된 곳이었지만, 어떻게 가는 지를 검색하고 직접 그곳으로 찾아가고, 느끼고 온 경험이었다. 여태까지 다른 일정 속 일행으로 참여했다면, 이번이 첫번째로 스스로 여행을 만들고 온 첫 날이었던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 꼭 먹고 싶었던 쿠키도우를 못 먹고 온 아쉬움을 한 아름 가지고 집에 오는 길이었지만, 마지막 지하철 경험까지 잘 하고 왔다(이것도 혼자 타 본 처음이었다!).


하이킹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자신이 준비를 하고 그것을 실천해보는 경험이 되게 뿌듯함을 많이 끌어올려준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에서 느끼고 있는 변화라면 그런 경험을 한국에서 보다 확실히 많이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없는 방에서 친구도 없는 곳에서 있는 시간은 흔치 않았다. 조금 아마 취직해서 독립을 하면 이런 경험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그때도 지금의 경험과 시간을 떠올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과 경험이 그때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4-2) 말로만 듣던 맨해튼 비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