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도 하지만 내 몸도 좋아
July.14.2022
Chapter2. 휴학을 준비하는 동력들
Oct.10.2023
이번에 브런치 작가서랍에 있던 것들을 꺼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보이는 것이니, 신중하고 또 신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한동안 서랍속에 있던 이 '내 배'의 사진을 보니 이런 코미디를 공유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 미국 여행글을 썼던 첫 글이 '맨하튼 비치'일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살을 출렁거리며 비치를 즐겼다.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곳이 미국이라는 곳이어서 그랬을지 혹은 그저 아는 사람이 없다는 확신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살에 직접적으로 닿는 햇빛과 물의 질감은 잊지 못한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윤슬까지, 환상의 조화다.
우리는 가끔 '살'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은 마치 우리나라에만 있는 듯이 살아있는 단어다.
'살을 빼다'
이 말은 '무게를 줄인다'나 '몸을 깎는다'와는 표현과는 다른 '살'이 가지고 있는 단어 속 감정이 있다.
한번 질문을 해보고 싶다. 당신이 느끼는 '살'이라는 단어는 어떤 것인가요?
막연히 나는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혐오감에 놀란다.
다이어트를 하다, 지방을 줄이다와는 표현되지 않는, 마치 꼭 없어져야 할 것만 같은 대상으로 인식되는 '살'은 어렵다.
우리는 진화적인 생물로서, 개체의 번식을 위해 이성(혹은 동성)의 외관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이성을 유혹하고자 할 때 살을 빼고 더 건강한 인물로 보이기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확산된 이런 외관에 대한 인식은 '그런 외형적으로 우월한 자'가 더 사회적 희소가치를 많이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렵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면서 동시에 그러나, 우리는 한 번 더 질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회가 자신을 컨트롤하게 둘 것인가?'
사회가 형성된 것에 있어서는 부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자신의 만족감으로 외적인 것을 챙기는 것은 어쩌면 자유다. 나역시 사회에서 우위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살을 빼고자 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의 모순적인 모습이며, 꽤 발칙한 발언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내가 살을 빼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 그런 이유 외엔 설명이 잘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나도 소중한 한 인격체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인격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인격체에는 자유가 있다.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인정하듯이 살을 빼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거나, 더 찌거나 등등의 사람의 자유 역시 존중한다. 그리고, 어떠한 타인도, 심지어 사회조차도 또 어떠한 어른조차도 그 '개인'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드리밀고 있는 기준선이 실은 사회에 세뇌된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은 자신혐오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나는 부디, 타인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자기자신에게 찌르고 있는 자기 손상을 줄였으면 좋겠다.
이것은 나에게도 포함되며 동시에 내 친구들,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모두 소중한 인격체인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똥배를 가진 사람으로서, 크롭티를 입거나 비키니 등등 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을 때 눈치를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소중하다. 내 똥배도, 내 살도 모두 소중하다.
그것이 지금 이 '내 배가 항해하는 배를 위한 든든한 육지가 되어주는' 그런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이유다.
언제나 혐오보단 사랑이, 그리고 그 누구보다 자기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살을 빼야 된다, 살을 빼지 말아야 한다. 와 같은 누군가가 말하는 것 외에,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질문해주면 좋겠다.
그것은 모두 자기 자신의 선택이며,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인생만 살 수 있을 뿐이다.
만약 타인의 질타와 시선이 두렵다면(나역시 두렵다), 우리 모두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 타인에게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기자신이 아니라.
뚱뚱한 것은 절대, 죄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뚱뚱하다는 것에 혐오감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정말 타인이 살이 쪄 있는 것을 싫어 하는가? 나는 타인이 아니라, '내'가 살이 쪄있는 것을 혐오하는 것 아닌가?'
생각보다 살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늘 어렵다. 양가적인 감정이 나에게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을 빼고 싶으면서 빼고 싶지 않다.
어쩌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살을 빼더라도 내가 원해서 뺄거고, 살을 찌더라도 아무도 내게 어떤 말도 할 권한을 주지 않을거다. 라는 것이 맞겠다.
인간의 모순적인 감정을 이해하면서 아직 어린 나는 더 생각을 다듬어가고, 나만의 생각을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 뜬금없는 '배'사진을 올리고, 세상의 혐오감에 무서워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서, 누군가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by pur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