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vol.4
자리를 바꾸는 일, 마음을 바꾸는 일
� 기억의 온도vol.4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날씨 : 무더위 속 간간이 흐림. 실내 냉방 필수
� 오늘의 기억
오늘은 제비뽑기로 새롭게 좌석을 정한 날.
하지만 변화는 곧 불협화음을 불러왔습니다.
“나는 키가 커서 앞에 앉으면 불편한데…”
“옆으로 앉으면 앞에 볼 때 목아 아파서 힘들어요…”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럼, 그전에 앉아 계셨던 분들은 어떻게 되지요?”
정작 이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어르신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습니다.
일부 어르신은 감정 조절이 어려워 거친 말이 오가기도 했고,
그 모습에 마음이 저릿했습니다.
익숙함을 내려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변화보다는 안정, 낯섦보다는 익숙함을 원하시는 어르신들.
자리를 바꾸는 일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적응과 설득,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임을 배웁니다.
� 기억의 대화
오늘의 점심 메뉴는 김밥과 비빔국수.
조리사 선생님 없이도 힘을 모아
손 많이 가는 메뉴를 함께 준비했습니다.
양껏 대접하자,
“아유~ 너무 맛있었어요!”
“김밥 진짜 잘 싸셨네요~”
감사와 칭찬이 식탁 위를 따뜻하게 덮습니다.
음식보다 귀한 것은,
그 음식 위에 담긴 정성과 웃음이라는 걸
어르신들이 먼저 알려주십니다.
� 같이 걷는 사람들
조리사 선생님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기 위해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함께 조리실에 섰습니다.
“더운데 어르신들한테 잘해주려는 건 좋지만,
둘 중 하나는 메뉴를 조정했으면 좋겠어요.”
“원장님, 그래도 어르신들이 잘 드시면 좋죠~”
“나도 선생님들이 힘들게 일하는 거 보기 좋은 건 아닌데
시간에 쫓기며 음식 만드는 건 걱정돼서 그래요.”
“네, 다음엔 참고할게요!”
김밥을 싸고 남은 계란과 어묵을 보며,
“이걸로 김밥 100줄은 더 쌀 수 있겠어요~ ^^”
“그럼 내일도 김밥이요~!”
부족함보다 넘침을 선택하는 선생님들.
넘치는 음식보다 넘치는 웃음이 있는 기억학교를
서로의 배려와 팀워크로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기억노트
• 오늘 자리 제비뽑기로 인한 마찰이 있었다.
어르신들은 익숙한 자리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심.
• 감정 조절이 어려운 어르신의 반응은
환경 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
사전 설명과 공감적 피드백이 중요함.
• 선생님들 간의 배려와 팀워크가 돋보인 하루.
무리한 조리 일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일정 조정과 사전 회의 필요.
이곳은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다니는 '기억학교'라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 사회복지사로 종사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노년, 좋은 기억을 마음속에 가두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하루하루 어르신들과 일상과 삶을 주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
치매를 나는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나 스스로 칭하는 사람이다.
좋았던 기억만 안고 살아가실 어르신들 그 안에 하루의 일상을 나누려 한다.
일상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하루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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