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vol.3

“덥다”는 말조차 삼키며 살아가는 하루

by 꿈의복지사

기억의 온도
vol.3 |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날씨 : 이제는 ‘폭염’이라 쓰기도 힘들다




오늘의 기억
“덥다”는 말조차 삼키며 살아가는 하루

월요일 아침,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해보니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일 동안 닫혀 있던 기억학교의 문은, 그 안에 열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어르신도, 직원도 현관을 들어서며 동시에 말했습니다.
“아이고, 덥다…”

그런데 김○○ 어르신은 들어서자마자 웃으셨습니다.
“여긴 그래도 시원하이 살겠네.”
“그럼요. 그래도 여와야 시원하이 하루 보내지요. 집에서 에어컨 아끼신다고 부채만 부치고 계시면 더운데 병나셔요. 잘 오셨어요~”
나도 웃으며 인사를 나눕니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활기찬 음악과 함께 몸을 풀고, 오늘의 프로그램이 시작됐습니다.

낮 시간 내내 “덥다”는 말 대신, 서로 마주 앉은 눈빛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것은
무더위보다 더 든든한 ‘마음의 그늘’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덕분이겠지요.




기억의 대화
“내가 해준 반찬, 친구들이 같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어.”

김○○ 어르신께서 지난주 무료 이용에 마음이 쓰이셨는지,
오늘은 정성스럽게 만든 쥐포무침을 손수 준비해 오셨습니다.

사실 어르신은 작은 체구가 아님에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몰아쉬시는데,
이 더위에 반찬까지 해오신 정성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많이 못 했어. 조리 선생님 반찬 맛에는 못 미쳐.”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어르신 손맛도 다들 좋아하실 거예요.”
내가 웃으며 말씀드리자, 어르신은 수줍은 듯 웃으셨습니다.
“다들 잘 먹으면 좋겠네…”

그 말 속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고,

그 걱정이 자랑스러움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같이 걷는 사람들
폭염 속, 마음으로 부채질하는 사람들

병가로 인해 2명이 빠져 인력은 넉넉하지 않은 상태로 2주 차를 맞이한 우리는
소수정예의 힘으로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부채'를 서로에게 흔들며,
무더위를 마음으로 식혀주는 하루를 함께 보냈습니다.




기억노트

• 진짜 휴식은 관계에서 온다.
더운 날, 누군가 건네는 시원한 물 한 컵, 눈빛 하나, 말 한마디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식힌다.

• 돌봄은 일방향이 아니다.
어르신이 나를 향해 웃어주실 때,
나 역시 이곳에서 위로를 받고 있음을 깊이 느낀다.


기억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습니다.
오늘도 ‘기억’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여름날을 함께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서로를 시원하게 감싸주는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이곳은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다니는 '기억학교'라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 사회복지사로 종사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노년, 좋은 기억을 마음속에 가두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하루하루 어르신들과 일상과 삶을 주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

치매를 나는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나 스스로 칭하는 사람이다.

좋았던 기억만 안고 살아가실 어르신들 그 안에 하루의 일상을 나누려 한다.

일상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하루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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