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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터 May 21. 2024

여행 블로그 1년 운영 수익은 얼마?

어떻게 해야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죠?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부업 집에서 몇 시간만 투자하면 월 천! 연봉 1억도 찍을 수 있는 일! 노트북만 있으면 당신도 어디서든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설명들을 보고 충동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주제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 혹은 가장 소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잡으라는 설명을 듣고 정했다. 엥겔지수가 높은 현대인답게 맛집리뷰와 돈만 생기면 여행을 떠나는 덕에 소비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여행으로.


방문자 수가 10명도 안 되던 시절에도 꾸준히 1일 1 포스팅을 3개월간 이어갔다. 글을 올려도 봐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3개월 동안 업로드를 정말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마도…?) 3개월이란 목표를 정한 건 단순했다. 처음 글을 쓰고 3개월이 지나면 블로그에 광고를 넣을 수 있는 애드포스트 신청 자격이 주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2개월 하고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에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애드포스트 수익을 신청 자격이 되었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때의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반응이 없는 글을 올리는 지난한 시간을 잘 견뎌냈다는 달콤함에 취해 곧 수익을 1억이라도 찍을 사람처럼 기뻐서 날뛰었다. 그렇게 포르투갈, 스페인,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1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6개국 5개월 정도를 해외에서 보냈다. 여행하고 돌아오면 글을 쓰는 게 이제 자연스러운 하루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미리 작성해 둔 글을 오후나 오전에 하루 중 여유가 있는 시간에 발행했다. 일상의 루틴에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올리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아침에 매일 하는 루틴 하나가 생겼다. 그건 전날 광고 수익을 확인하는 거였다.


2024.05.21 수익 내역


광고 수익을 신청하고 처음 광고 수익이란 걸 확인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나 놀랐다. 수익이 무려 2원이었다. 너무 적어서 놀란 게 아니라 정말 글만 써서 올려도 돈이 생긴다는 게 신기했다. 2원이라니 시작은 작아도 금방이라도 백만 원이 더 나아가 천만 원도 찍힐 것만 같았다. 2023년 6월 8일에 첫 글을 올렸으니 24년 6월까지 일주일이 남은 지금 블로그를 운영 수익을 확인하니 고작 4만 2천 원이었다. 5개월의 해외여행으로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는데 4만 원이라니 실망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치였다. 냉혹하다 못해 참혹한 현실에 마음이 저 바닥으로 어쩌면 그보다 더 낮은 곳까지 쿵 하고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가 싶어서 다른 후기를 찾아보니 나처럼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벌기를 기대하는 건 힘들다는 사람들부터 2,000만 원의 수익이 찍힌 걸 인증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올해 다녀온 태국 여행


어떤 유튜브에서는 그런 거로 돈 벌 생각 말고 차라리 일을 해서 돈을 벌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너무 헛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의 쓴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1년 동안의 수익으로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 비행기 값도 안 나오는데 언제까지고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여행으로 많은 돈을 쓴 만큼 보란 듯이 여행으로 돈을 벌고 싶었는데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일까 침울해졌다. 돈도 떨어졌는데 그래서 이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거는 다 그만두고 취업이나 해야 할지 고민하다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다. 어차피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거 해볼 수 있는 도전이라는 도전을 다 해보고 손을 털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시작한 지 2주 된 나의 작디작은 유튜브


유튜브를 시작한 지는 2주가 지났고 15개의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 수는 48명에 수익은 역시나 없다. 예상보다 조회수가 잘 나오면 기쁘고 댓글이라도 하나 달리면 신이 나서 발걸음까지 가벼워졌지만, 순식간에 몇만에서 몇백만을 넘나드는 기적 같은 조회수는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몇십 번이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확인하며 시간을 무의미하게 써버렸다. 많이 확인한다고 조회수나 구독자 수가 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변함없이 멈춰있는 숫자를 보면 또다시 쿵 하고 마음이 저 밑바닥으로 떨어져 나간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나의 첫 구독자가 되어준 친구에게 참지 못하고 징징거렸다. 역시 그만해야 할까 보라고 소용없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친구가 말했다. “난 네 영상 재미있는데. 3개월만 더 해보자.” 그래, 어차피 하루아침에 잘될 거란 보장도 없이 시작한 거면서 성공을 맡겨둔 사람처럼 왜 조급해했을까. 어차피 거지인 거 3개월 더 가난한 상태로 지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는데. 이렇게 된 거 나의 찌질한 자랑을 여기에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21세기의 모험가는 결국 여행을 삶과 아주 가까운 곳에 둘 수 있을지 아니면 배낭과 모험용 모자는 다 팔아버리고 회사원으로 돌아가게 될지 부디 전자가 될 수 있게 응원해 주시길. 그날이 올 때까지 내가 잘 버텨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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