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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영 Aug 25. 2022

나의 찬란했던 유럽여행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지만 마음을 접었다.



  지난 7월, 그렇게 뜨고 싶어 했던 회사를 드디어 떠나고, 나는 8월이 되자마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에 대한 기대 자체는 크게 없었다. 많이 준비하지 못했고, 그만큼 기대할 시간도 없었달까. 거진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다.

노무사 1차 시험 직전 마음이 많이 고되었다. 1차에 붙는다 해도, 2차 응시를 내년으로 유예하고서라도 떠날 작정이었다.


 그래서 세미패키지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충동구매에 가까웠다.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 한 분이 신청했다 하셔, 무작정 따라 신청했다.

유럽여행을 A부터 Z까지 혼자 계획할 시간도 자신도 없었다. 그리고 혼자 떠나면 자유보단 외로움과 무서움이 더 클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고, 자유여행에 가까울 만큼 가고 싶었던 곳은 거의 다 들렀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에 걸려 피렌체와 로마를 놓치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함께 여행을 신청했던 선생님은 이젠 친한 동생이 되었다.

알고 보니 재미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여행 끝을 앞두고, 그리고 여행 끝에 얼마나 울던지.. 그 친구의 울음을 마주하고 나도 몇 번 울음을 삼켜야 했다.

생각보다 참가자들이 많이 어렸는데, 그래서인지  풋풋하고 재미있던 여행이었다. 모두 동생들이었지만  가지 이상의 배울 점들이 있었다.


 퇴사 전후로 크게 무너지고, 나를 다시 일으키는 훈련을 하며 제일 집중했던 것은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더 크게 만족했던 것 같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나는 지금 당장 발을 붙이고 있는 그 도시에만 집중했던 시간이 참 좋았다.

여행을 마치고 입국하며 발목이 아작 나 몸을 질질 끌고 올 정도로 열심히 돌아다녔다. 몸이 힘들어도 불평불만하지 않으려 했다. 그 시간 동안만큼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좋은 감정들만 공유하고 싶었다.


 지난 여행을 떠올리면 빛나는 보석 같달까.

런던과 파리의 눈부실 만큼 하얀 건물들, 항상 햇살이 충분했던 거리, 노을이 지면 건물들의 색깔로 반짝이던 베니스의 강, 루브르와 베르사유의 웅장함에 놀랐지만 주변에 있던 정원의 작은 꽃들에 더 큰 아름다움을 느꼈던 시간, 신비로운 색으로 찬란했던 스위스의 호수와 산, 사소한 것에 까르르 웃던 동생들, 비가 쏟아져 가로등 불빛이 선명하게 반사되던 프라하의 야경.

그리고 우리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명곡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난 여행이 사랑스러운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태어나서 손에 꼽을 만큼 좋은 경험이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 금액을 나 자신을 위해 쓴 적이 없었다.

명품백 하나 살 돈으로 명품 경험을 샀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내게 충분한 시간과 돈이 있고, 결단만 있다면 못할 경험은 없구나’였다.

퇴사를 하고 이직이 확정된 상태로 떠난 여행길이긴 했지만, 동시에 대학원 진학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졸업한 전공은 교육대학원을 진학하면 임용고시를 응시하여 정교사가 될 수 있다.

커리어에서 많은 방황과 고민을 하며,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면 그 방황을 끝낼 수 있다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도피였다.

하지만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교사가 한 번에 되지 못하면, 여태까지 모은 돈을 다 까먹는 셈이 된다.

노무사 공부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 수험생활의 압박감을 잘 견딜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다. 내 친구들은 연봉 올리며 승진하고 있을 때인데, 나는 불확실한 미래 하나만 바라보며 내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니.

여행을 다녀오면 이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결론은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학력을 쌓는 것과 부를 쌓는 것이 그렇게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이 확정된 직장이 연봉도 괜찮고, 사내 문화도 좋아 보인다. 대학원에서 이론을 쌓는 것보다 이 회사에서 성장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저축할 수 있는 돈을 만들고, 경제 공부와 재테크를 하여 자산을 늘리는데 집중하기로 하였다.


 사실 경비가 너무 커서 다녀와서 별로면 많이 후회할까 봐 걱정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나는 빛나는 추억을 안고 돌아온 것 같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듯, 불편했던 경험이 없진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큰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에.

일정을 계획하고, 예약을 진행하고, 실제로 가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내 안의 적극성을 한 번 더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그 큰 아름다움을 두 눈에 직접 담고 피부로 느끼고 왔다는 사실이, 내 안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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