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동기 부여시키는 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세상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 경험이 많을수록 인간관계에서 초연해지고, 새로 들어온 신입을 봤을 때 하루만 지켜봐도 저 사람이 얼마나 버틸지 앞날이 내다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한 사회 안에서 나 자신을 유지시키는 일, 어렵다. 누군가는 연맹을 맺어 상대팀을 험담하며 얻는 에너지로 삶을 지탱하기도 하지만, 험담하는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진이 빠지고 그만큼 업무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제한되기 때문에 그런 직장동료와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다.
마음이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싫어하는 사람 또는 어떤 것을 저 사람도 똑같이 싫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를 정말 인정해주고, 항상 내가 내놓은 결과물에 칭찬을 해주는 사람도 아니다. 사실 직장에서 누군가가 나를 칭찬한다면, 이런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다음번에도 이 일은 나 대신 너가 잘 부탁해~
그러니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칭찬'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칭찬의 또 다른 부작용은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지난번만큼 칭찬받지 못했거나 다른 직장 동료가 칭찬받는 상황을 보았을 때 업무 의욕이 확 꺾여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칭찬에 목맬 필요가 없다.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공작처럼 화려하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것이다.
진정으로 마음이 맞는다는 것은, 내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공동을 위해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려 하는 서로 간의 호의적인 태도이다. 이것이 같이 일하는 사람 간의 관계를 가장 돈독히 한다. 이 방법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 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고, 개인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싶으나 불편한 관계는 피해야 하니 싫어하는 티를 감추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작업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내가 해결방법을 안다면 일체의 잘난 척이나 꼰대 기질 없이 상냥하고 차분하게 안내해주는 것, 해결방법을 모르더라도 옆에서 같이 열심히 찾아주고 대안책을 제시해주어 일이 해결되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 시간을 들여서 직접 같이 함'에 있다. 간혹 도와준답시고 "이건 이렇게 하면 돼요~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긴 말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데, 듣는 입장에서 정말 피곤하니 도와주지 않을 거면 그냥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기가 부족해 보일까 봐 '안 물어보는'데 있는데, 나는 그 순간은 모자라 보일지언정 나중의 실수로 인해 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물어보는 편이다. 그리고 당당히 물어보려면 일단 자신이 최소한의 노력은 해보고 물어봐야 한다. 안 그러면 상사 입장에서 노력도 안 해보고 날로 먹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어보기의 정석은 "제가 이런 생각도 해보고 저런 생각도 해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이걸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있고, 저걸 저렇게 하면 저런 문제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그래도 물어보기 전에 해결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있다. 최소한의 시도도 안 해보고 그저 상사가 찾아와 피드백을 먼저 해주길 기다리기만 하면, 가르쳐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간을 지체한 느낌에 화가 올라온다.
그렇게 본인의 시도와 도움 요청에 대한 회답으로 상대방도 무언가를 기꺼이 해준다면, 서로 간 고마움이 쌓이고 비효율적이던 문제가 해결되면서 협업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직장에서도 통한다.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명확한 업무분담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 직원이 겪은 문제를 같이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팀원들을 단단하게 결속시킨다.
칭찬은 잘 안 할지언정 부하직원의 문제는 진심으로 귀담아듣는 부장님과의 면담 시간에,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90% 안될 것 같았지만) 일단 말은 해보자고 말씀드린 부탁에 "필요한 거 있으면 다 말해요~ 다 해줄게요."라며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 같이 흔쾌히 답하시던 게 잊히지 않는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내가 직장상사였다면 내 부하직원이 나중에 정말로 무리한 요구를 할까 봐 그 말은 못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이 사람은 일단 나를 믿고 봐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이 분 밑에서 오래 일을 배워야겠다 생각했다.
시켜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먼저 나섬으로써 나머지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본받고 싶고, 앞으로도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의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