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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리 Aug 06. 2020

3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2023년 8월을 살아갈 나에게 쓰는 편지

 3년 후면 34살이다. 34살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 집 가족계획에 따르면 34살의 나는 두 살 혹은 세 살배기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와 남편이 묘하게 섞인 생명체가 태어나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많은 것이 달라져있으리라.



  생계형 교사인 나는 아마도 아이가 2살 혹은 3살이 될 때쯤 '파이팅'을 외치며 복직을 했을 것이다. 아이의 엄마가 되어 돌아간 교실은 사뭇 다르게 느껴지겠지.



  아이가 자기 몸뚱이만 한 가방을 메고 학교에 와서 앉아만 있어도 '찡한' 마음 생긴다는 데 아이를 낳아보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겠지. 문제 행동을 일삼는 아이가 있더라도 '속상함' 보다는 '안타까움', '짠함'부터 느끼는 품이 조금 커진 교사. 그런 선생님이 되어 있고 싶다.



  학교 업무는 후다닥 처리하고 아이를 볼 생각에 퇴근만 기다리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결혼 전엔 엄마가 되는 것이 그리도 겁냈던 때를 떠올리곤 '그땐 그랬지.' 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사랑스레 바라보고 있으리라.



 푹푹 찌는 8월, 여름이 무르익어 갈수록 부엌과의 거리도 멀어지는 내가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뻘뻘 땀 흘려가며 요리하고 있을 것이고, 때로는 육아로 함께 찌들어가는 남편에게 꿀맛 같은 자유시간도 주는 훈훈한 아내가 되어있으리라.



 아이가 자고 나면 육퇴를 기쁘게 외치며 남편과 함께하는 맥주 한 캔으로 고단한 몸을 적시기도 할 것이고 주말이면 가까운 공원이나 카페에 가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사진으로 담아내며 ‘까르르’ 웃고 있겠지.



 세 식구가 되면서 늘어난 집안일과 육아로 지친 육신을 풀어주기 위해 일주일에 2번은 요가나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을 것이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정기적인 마사지를 받으며 나만의 루틴대로 내 몸과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3년 뒤에도 나는 '씀'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경험은 지금은 쓰라고 해도 못 쓰는 가치롭고 경이로운 경험이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 속엔 얼마나 많은 나와의 싸움과 번뇌, 갈등이 있겠는가. 그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되어 나처럼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 시대의 어머님들에게 혹은 남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리라.






 나만의 신념과 소신대로 아이를 키우는 단단하고 현명한 엄마이자,

'고통'과 '행복'의 양극단을 함께 오갈 고생 많은 남편을 더 사랑해주고 존중해주는 아내.

무엇보다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이보다, 남편보다 ‘나’ 자신을 먼저 돌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니 될 것이다.



지금처럼 별 일 없는 일상에도 감사하며 살아갈

3년 후의 내가,


다가 올 2023년이,


썩 기대가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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