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진심인 나와, 그다지 진심을 갖지 않는 아내와의 간극은 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와이프가 오늘 점심 메뉴 돈가스 어때? 해놓고 정작 나오는 반찬은 콩나물 무침이다. 돈가스는? 하고 물으면 돈가스 하려고 했는데 콩나물이 보이길래 무쳤어 그냥 먹어 이런 식이다.
그런 그녀이기에 평상시 나는 음식에 대해 큰 기대감이 없다. 어느 날, 점심 뭐 먹을까라고 묻는 그녀에게 토종닭백숙이 먹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닭도리탕(지금은 닭볶음탕이라고 부른다)을 좋아했던 나이기에 와이프가 그나마 잘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닭볶음탕이다. 닭백숙 또한 닭볶음탕의 변주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그런 말을 했는데 그녀는 그날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먹자고 했고 비빔국수 전담인 내가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며칠이 지나, 식탁에 닭백숙이 올라왔다. 내가 원한 토종닭백숙이나 옻닭은 아니었지만 내가 말했던 메뉴가 식탁에 보이자 나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말 닭백숙이네?"
뭔가 멀건 국물에 부족해 보이는 비주얼이었지만 그나마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려는데 속에서 악마가 속삭였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입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꿈일 거야, 꿈이야". 하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고 꿈에서 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