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 바라보기>
노래가 주는 위로는 크다. 하지만 업으로 살아온 나에게 그것은 어느 순간 일이 되었다. 듣는 행위마저도. 가르치고 있던 학생의 공연 준비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이 노래 제목은 ‘안’ 이다. 한 글자 제목에서 느껴지는 깊이감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크게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거 같다. 항상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수업 전에 잠깐 동안 가사를 보고 들으며 노래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했다. 앨범의 주제는 무엇인지? 키워드는 무엇인지? 다른 수록곡들도 들어보며 가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했다. 그리고 학생이 위로하고 싶은 대상을 설정하고 위로의 마음을 담아 부르도록 평범한 해석을 가지고 티칭을 했다.
이 노래를 처음 접한 시기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일에만 매진하며 그저 열심히 지냈다. 그 아무리 절절한 노래라 해도, 어느 누가 ’인생 노래‘ 라며 옆에 와서 들려주어도 음악은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오랜 시간 음악을 일로 여겼고, 그렇게 대해왔고, 그 시기 나의 감정 또한 매우 건조했다.
일을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비전을 품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며, 분명 나를 성장시킬 절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자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는데. 의심하고, 생각하고, 내 마음은 괜찮은지?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그다음 의로운 이기심을 가지고 이게 ’남‘을 위한 일인지, ’나’를 위한 일인지,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걸. 그렇다. 나는 줄곧 ’남’을 위한 일에 그토록 애썼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잘 버텨올 즈음 찾아오는 단골손님. 번아웃이 찾아왔다. 인간은 참 어리석다. 이런 상황이 올 때까지 나를 돌보지 못하고 결국은 급히 나를 어루만 주어 줄 무언가를 찾는다. 가장 먼저 큰 대상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사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시점에는 음악, 책, 영화, 여행과 같은 힐링의 도구들을 찾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찾는 경우가 적은 내가 직접 이 노래를 틀었다. 이별하고 난 후에 이 세상 모든 발라드가 내 노래 같다는 흔한 감정 따위도 잘 느끼지 않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리고 문득 이 노래를 불렀던 학생의 무대가 떠올랐고 그제서야 다시 나만의 방법으로 해석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노래 말고 나를 위한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너의 앞에 내가 설게
너는 너무나도 작고 약하지만
아름다운 안을 가진 걸’
’우린 만신창이처럼 비틀대로
서로 앞에 찾아왔네
아름다운 안 너의 안’
이 앨범의 주제는 <몸과 마음>이다. 아티스트 심규선 님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 주고 찾아주는 이들에게, 혹은 자신의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온전히 쓰여 ’치유함’ ‘치유받음’을 건네는 마음을 담아 작업했다. 가사는 2인칭 시점에서 쓰였다. 부르는 이가 듣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가사이다.
조금 더 깊숙이 느끼기 위해 ‘너’를 ‘나’ 1인칭 시점으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 내가 나에게 해주는 ’나를 위한‘ 말로 말이다. 그럴 때 나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조금은 아플 수 있다. 내가 불쌍해 보이고 가여워 보이는 순간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내가 잘하는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척‘을 모두 내려놓는다.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나약함‘ ’작아짐‘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무척이나 괴롭겠지만 나는 처음으로 나를 위한 혹독함을 선택했다. 그러자 굉장했던 슬픔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나‘ 라는 존재의 가치를 더욱더 따뜻하고 의미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사에 가장 많이 쓰인 ’아름다운 안 너의 안’을 계속 곱씹어 보았다. ‘안’이라는 단어는 ‘내면‘ ’모습‘ ’가치‘ ‘존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색색의 향기 나는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나의 아름다운 ‘안’. 그것이 잠시 시들어있었다면 자주 살펴보고 관심과 사랑을 주어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피어날 수 있게 가꾸어 줘보자.
나는 무척이나 ’나‘를 좋아한다. 흔한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는 나도 인간이기에 연약한 부분이 존재하고 그것을 인정하기 위한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노래를 항상 곁에 두고 사는 인생 또한 행복하다.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꿈일 테니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나의 무궁무진한 능력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욱더 빛날 것이고 귀한 곳에서 펼쳐질 것이다. 그 시작의 첫 순간이 바로 ‘지금‘ 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