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주는 무난한 한주였다. 그도 그럴것이 팀 매니저의 기분이 몹시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는 사람 좋기로 소문 자자한 사람인데 내가 이 부서에 왔을때부터 삼천년은 살았던것처럼 모든 일에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술을 좋아한다. 그의 세상은 술이 함께하는 밤과 술이 없는 그 외 시간 정확히 둘로 나뉘는듯하다.
아침에 출근해 내가 인사하면 고개만 들고 내 얼굴을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응.“ 그리고 끝이다. 나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그는 내가 출근을 하면 담배피러나가는듯하다. 역시 이유는 모르겠음.
아무튼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그의 하루에도 기분이라는게 존재해서 어떤 날은 내가 아무말이나 해도 즐거워하고 어떤날은 공들여 말해도 쳐다도 보지않는다.
보고할 중요한 사안이 생겨 말하면 모니터만 응시한채 갸우뚱. 대답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와 팀 상사는 저번주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떠나기 직전에 나는 팀 상사의 늘 그렇듯 생각날때마다 던져주는 그날그날 달라지는 인수인계에 허둥지둥 계획서를 올렸고 당연히 계획서는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팀 매니저는 계속되는 내 실수에 짜증이 잔뜩 나보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는 왜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지 알리가 없으나 나또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는 또 바보가 된것이다. 점심시간에 꾸역꾸역 밥 먹고 주차장에서 목놓아 엉엉 울었다. 그 시기 나는 3년만난 남자친구와헤어졌고, 팀에서는 나사 빠진 바보가 된채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고있었고, 팀 상사는 내가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사정없이 휘청이는 내 모습을 몹시도 즐기는것같기도 했다.
그 뒤로 나는 상사가 말하는대로 절대 하지 않고 내 판단하에 일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그 업무는 작년에 이렇게 진행하였으니, 단체에 그렇데 말하면 된다. 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이다. 나의 고유업무에 불쑥 끼어들어 단체장과 업무방향을 잡는 모습에 너무화가나서 주말내내 내 기분은 엉망이 되었다. 내가 단체장에게 당연히 해야할 말을 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헛소리라도 하는듯 황당한 표정 아닌 경멸하는 표정으로 피식피식대며 날 쳐다보는데 맘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단체장 업무가 하기 싫어서 나한테 던져놓고, 정작 중요한 업무마다 다 끼어들어 내 자리는 어디지? 라는 생각으로 3개월이 흘렀다. 나의 고유업무가 존재하지만 그동안 내가 여기서 한 일은 그가 던지는 잡일과... 내 업무에 끼어들어 그가 정해놓은 내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 중간에서 여러번 바보가 된것.
이걸 팀 매니저에게 보고해야할지 아닐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역시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 없을것같아 이것도 그만두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아래사람이 목소리를 내는게 도움된 순간이 단 한번도 없다는걸 여러번 느꼈기 때문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