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얼마전에 “아빠의 인생영화가 뭐에요?” 라고 묻더군요. 대답대신 “왜?” 라고 되물어 봤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아빠가 추천해 주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가능하면 아빠와 함께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매주 같이 하지는 못했고 쇼생크의 탈출과 죽은시인의 사회 이렇게 두 편을 함께 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끝까지 보진 못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장면 15분 정도를 함께 봤습니다. 오마하 비치에 연합군(미군)이 상륙하는 장면인데 실제 전쟁터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예전 영화관에서 볼 때는 이게 전쟁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로 옆에 웅크린 동료의 철모를 뚫고 머리에 꽃히는 총탄, 튀어나온 창자를 움켜잡고 죽어가는 병사, 온몸에 불이 붙어서 바다에 뛰어드는 병사들, 총탄에 잘려나간 자기팔을 찾아서 들고 뛰어가다 다시 총탄에 얼굴을 맞고 즉사하는 병사........ 전쟁터는 곧 지옥임을 보여줍니다.
HBO의 미니시리즈 Band of Brothers에도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전우애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왠지 딸아이한테 이런 영화들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딸아이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 류의 전쟁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경쟁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는 곧 전쟁터’라는 애기를 해주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외동으로 늘 감싸안고 키우다보니 이제 몇 년뒤에 세상으로 나가야하는 딸아이를 내 방식대로 뭔가 세상이란 무서운 곳이야...... 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그리고 그런 거칠고 팍팍한 곳에서 너와 어려움을 함께하는 친구,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해 주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Band of Brothers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The point is, it doesn’t matter where we go. Once we get into combat, the only person we can trust is yourself and the fella next to you.”
번역하면 “어디로 떨어지든 전쟁터에서 믿을놈은 자기자신과 옆에 있는 놈뿐” 대충 이런말이겠지요.
우리의 딸과 아들들이 사는 세상이 덜 팍팍한 세상이었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