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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철 May 29. 2020

영웅본색.....홍콩 느와르시대

패왕별희의 재개봉 소식을 듣고 연휴기간에 장국영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었다. 영웅본색은 그 시절을 살아간 우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 보면 스토리의 개연성도 떨어지고 어색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지만,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80년대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을 보낸 이들은 비슷한 생각들을 할 것 같다.

오우삼은 영웅본색을 시작으로 첩혈쌍웅, 종횡사해로 이어지는 홍콩 느와르 시대를 열었다. 그 시절의 우리는 홍콩영화들과 함께 10대를 그리고 청춘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영웅본색은 몇몇 인물들을 소환시킨다. 그 시절에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정영일 영화 평론가를 기억할 것 같다.

매주 일요일 저녁 KBS에서 방영했던 명화극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시는 분으로 유명했다. 굵은 뿔테안경 너머로 신뢰감 넘치는 목소리와 톤으로 영화 소개를 했었다.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봐야할 영화에는 꼭 이런 멘트를 남겼다. (70년대 조그만 방 하나에서 어머니, 아버지, 동생 그리고 나까지 네 식구가 이불에 도란도란 드러누워 조그만 흑백TV에서 명화극장을 애청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그 시절이 따스하고 그립다.)

그 분이 일간신문의 한 영화평론에 간략히 남겼던 글 중의 일부가 아직 생생히 기억난다. ‘샘페킨파 감독의 폭력의 미학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영화’ 라고 극찬하고 홍콩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칭찬했다. 그 기억이 아직도 내 머리에 생생하다. (샘 페킨파 감독은 69년 와일드번치라는 영화의 총격전 장면에서 사람들이 죽는 순간을 느린 화면으로 잡아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하여 폭력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은 범접하기 힘든 가오(아우라)가 어떤 것인지 그 시절 한국의 10, 20대에 각인 시키고 바바리 열풍을 일으켰다. 장국영은 무명에 가까웠지만 영웅본색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가녀리고, 슬픈, 약간은 소녀 같은 이미지로 홍콩영화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홍콩 느와르는 홍콩영화의 전성시대를 열었고, 폭력적 장면을 최대한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연출하는 기법은 헐리우드까지 건너가기도 했다. 지금보면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장면도 많다. (성당에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그 안에서 슬로 비디오로 총격전이 일어나는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는가)

지금은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과 SF와 기술의 도움이 영화판의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세련된 메세지와 스토리텔링이다. 이 두개의 큰 축을 벗어나면 영화관에 간판 올리기도 힘든 세상이다. 옛날것들이 괜시리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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