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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Jul 10. 2024

폐병 걸린 아내에게 뱀닭을 먹인 이야기

-자작시

 폐병 걸린 아내에게 뱀닭을 먹인 이야기


한상림



예천 장날

폐병에는 뱀보다 좋은 명약이 없다는 말을 들은 사내가

시름시름 말라가는 젊은 아내를 위해

겨우살이 준비하던 구렁이 한 마리를 사왔다

쌀자루를 뒤집어씌운 뱀을 자전거에 매달고

십리 길을 부랴부랴 달려와 여물 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니

장정 너 댓 명이 번갈아 솥뚜껑에 걸터앉아

들썩거리는 뱀을 눌러야 했다

온 동네에 구스름한 냄새가 진동하고

푹 고은 뽀얀 국물을 떠서 아내에게 바치자

이게 뭐냐고, 꼬치꼬치 묻는 말에

구렁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기겁을 한 아내가 토악질을 해대니

대추나무 밑에 모두 퍼다 버릴 수밖에

굵어진 대추알이 붉어지기 시작할 무렵

통통한 구더기들이 땅 위로 기어 다니고

닭들이 그 구더기를 쪼아먹었다

살 찐 닭들은 털이 죄다 빠져버리고

한 마리, 두 마리…

사내는 닭을 잡아 다시 아내에게 바쳤으니

아내의 폐병은 어느새 씻은 듯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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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써 놓은 시를 우연히 시 창고에서 찾았다.

이 시는 실화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서사한 시이다.

예전에는 영양 부족으로 폐병에 잘 걸렸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많이 죽었다.

6.25 한국전쟁 통에 이렇게 폐병에 걸려서 어머니를 잃은 한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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