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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현 Jan 15. 2024

이해하지 않기로.

봉인,


인간이 다르다는 건 하나마다한 소리지만.

적당히를 모르는 인간도 무수히 겪어봤지만.

몇달 전, 알고 지내던 지인이ㅡ 여자, 언니ㅡ 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그 전의 여러 일을 다 설명하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간추려 이야기 해본다.

그 전에 내가 먼저 끊었었다. 이유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를 하고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긴 탓이었다. 몇시간 나와서 글을 써야 하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받을 때까지 하고 돈도 못 벌면서 뭐그리 글을 쓰냐고 말하곤 했다. 나는 콜포비아 증상에 시달려 끊었다. 그때도 음성 메세지가 무수히 왔는데 지겹고 무서워서 확인도 안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다른 사람의 디엠으로 다시 연락이 왔다. 자신이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에 나는 결국 다시 만났다. 그게 나의 잘못이었다. 한동안은 잘 지냈지만 나랑 근본적으로 맞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는 고요히 지내고 싶었고 그녀는 다른 사람들 속의 관계속에서 추리하고 의심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도 멀쩡히 지내다 어느날 갑자기 택배가 왔다. 내가 줬던 선물이나 물건, 음식들을 몇차례에 걸쳐 계속 보내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 같으멷 누가 싫으면 그냥 버리면 그만일 것을 그 의도가 처음에는 황당하면서도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택배는 계속해서 왔다. 보낸 사람 이름이 없는 쿠팡 등등. 생수들, 과일, 음료수, 잼.

문을 여는 게 두려워지고 불면증은 더 심해지고 그게 그쪽이 원하는 거라 생각해 의연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경찰분들이 집에 와서 녹취 기록을 하셨고 긴급 전화 번호도 받았다.

다행인지 그 이후로는 택배는 없다. 아마 내 인스타를 봤을 것이다. 더는 참지 않겠다는.


나에게 그런 이유? 알고 싶지도 않다. 이해할 수도 없다. 그냥 안쓰럽기도 하다.

생 전체를 본다면 이건 큰 일은 아니다. 더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을거고 나도 그랬다. 차마 말하기도 어려운 일들도 겪었다. 그래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적어도 나는 유치하거나 비겁하게 군 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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