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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ev Nov 23. 2022

신데렐라 (Cinderella 1950)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꼽으라면 우선 고민을 하겠다. 완벽한 넘버로 구성된 인어공주도, 한 폭의 명화같은 영상미인 잠자는 숲속에 공주도 다 내 마음을 울리는 명작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하나를 고르게 될 것인데 그 하나가 아마 '신데렐라'가 아닐까. 신데렐라는 나의 유년기부터 현재까지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 영화다. 그저 유년기 시절 추억으로 남겨둔 것만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보고 듣는 영화라는 뜻이다.

1950년에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70년대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원작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다. 다만 1시간을 채우기 어려운 스토리를 위해서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대폭 늘리고 귀여운 음악도 집어넣었다. 그렇게 신데렐라의 메인 음악은 2개로 집을 수 있는데 한개는 dream~ 이고, 한개는 so this is love다. dream은 신데렐라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음악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계모에게 핍박 받으면서도 신데렐라는 늘 당당하다. 원하는 말을 할 줄 알고 못된 자매들 사이에서도 기 죽지 않았으며 항상 꿈을 꿀 줄 안다.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거라 노래 부르는 대목에서 우리는 신데렐라가 힘든 삶을 살아왔어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데렐라는 결말까지 총 네번의 좌절을 겪는데 첫번째는 아버지의 죽음이고 두번째는 기회획득의 실패, 세번째는 기회의 박탈이다. 무도회에 가고 싶었던 신데렐라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계모에게 무도회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약속 받지만 약삭 빠른 계모의 훼방으로 그녀는 기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좌절한다. 좌절한 그녀에게 동물 친구들이 몰래 만들어준 드레스를 보여준다. 신데렐라가 그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계모와 자매들은 드레스를 찢어내 그녀가 입은 기회를 박탈한다. 희망을 짓밟힌 그녀는 영화 상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번째로 눈물을 흘린다. 총 세번의 좌절을 겪지만 그녀 앞에 요정 대모가 나타난다. 그렇게 무도회에 가게 된 그녀는 왕자인 줄도 모르고 한 남자와 춤을 추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동안 so this is love가 흘러나온다. 그녀가 어떤 꿈을 꿨는지 알 수 있다. 하녀나 다름 없는 삶을 살면서 그녀는 자신을 알아봐주고 사랑해줄 사람을 찾은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 삶을 살게 된 그녀가 찾은 꿈은 결국 사랑이었다. 12시 종이 울리자 그녀는 왕자에게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남기지않고 떠나버린다. 사랑하게 된 사람과 재회할 기회를 잃은 셈인데 여기서 그녀는 좌절하지 않는다. 되려 기뻐한다. 그녀는 다시 희망을 얻은 것이다.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게 되었으니 이제 다른 꿈도 이루게 될거라는 희망을 말이다. 춤을 춘 남자가 왕자인 것을 알고 재회할 기회가 빠르게 다가온다. 이번에도 역시 계모가 나타나 기회를 차단하고 또 그녀는 좌절한다. 동물친구들의 도움으로 열쇠를 얻고 나타난 그녀는 그녀를 확인할 유리구두가 깨졌는데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던 하나의 증거를 꺼내든다. 그렇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꾸릴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마법으로 인해 인생 역전한 한 여자의 이야기겠지만 디즈니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런 속물적인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신데렐라가 원한건 인생역전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의 인연이었다. 그녀가 인생역전을 바랐다면 무도회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왕자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춤춘 이가 왕자인 것을 모르고 사랑에 빠졌다. 디즈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고 어렵지 않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모든 이들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하고 있다. 왕자의 아버지이자 그 나라의 왕은 아들이 동화처럼 사랑하는 이를 만나길 바란다. 보좌관은 그런 허황된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우습게 여기듯 왕자는 동화처럼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진다. 이렇듯이 말도 안되는 꿈일지라도, 아무리 좌절을 겪을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꿈을 계속 꾸라고 디즈니는 말하고 있다.

만화 영화 신데렐라는 50년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과 세련된 색채감으로 여전히 어린 아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젠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한 것들 중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계속 해서 어린 관객층이 생겨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12시가 되어 신데렐라가 급히 자리를 떠나는 시퀀스는 추격씬의 스릴이 있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춤 춘 여자인걸 알고 계모가 문을 잠궈버리는 장면은 흡사 공포영화의 서스펜스 같기도 하다. 이렇듯 영화적으로도 훌륭한 신데렐라라는 영화가 단순히 인생역전된 여자 이야기로 치부되는 것은 매우 씁쓸하다. 거기 담겨있는 메시지. 백설공주부터 잠자는 숲속의 공주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메시지. 우리 인생에 동물친구들이나 요정대모가 없다고 자조할 필요 없다. 이 동화와 영화는 착하게 산다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못되게 살라는 신조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난 좀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 힘든 일이 많은 이 세상에서 결국 희망의 원동력은 선한 마음을 갖고있는 사람들이니까. 신데렐라가 어떻게 인생을 마주하고 있는지 보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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