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ino Jan 21. 2024

게으름뱅이는 건강해야만 한다


누워서 저 천장과 이마를 평행으로 만들고 싶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졌다. 마른기침이 나고 가슴께가 답답하고 숨이 차는 일이 늘어났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폐질환, 심장질환 등등 아직은 한창 때인지 심각한 병이라도 생겼나 싶었다. 하지만 증상을 냉철히 보고 폭풍검색의 결과와 조합해 보니 여지없이 역류성 식도염에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역류성 식도염이라.. 지금까지 우습게 봤다. 신물이 올라오고 소화가 안 되어도 그러려니 했다. 열심히 사는 현대인의 퀘스트 완료 패치 정도로 생각하고 내심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 사는 데 큰 불편이 없기도 했고.


몇 주 전, 인후염을 앓고, 쇳가루 날리는 듯한 목소리가 돌아오고 이내 기침이 시작되었다. 목구멍이 아물어가는 과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끊이질 않는다. 그 귀결점이 역류성 식도염일 줄이야.


춥고 길이 미끄럽고 눈이 내리고 일해야 하고. 집에서 나가지 않을 핑계야 차고 넘친다. 그러니 병원은 갈 수 없다. 역시나 폭풍검색의 결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낫는 길 중 하나란다. 그중 하나가 ‘먹고 눕지 말거라, 서너 시간 정도는.’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조금씩 자주 먹거라.’


그럼 뭘 먹는 시간 간격이 서너 시간은 될 거고, 그 말인즉슨 일단 밤잠에서 깨어나 일어난 후 다시 밤잠 잘 때까지 눕지 말라는 말 아닌가. 망했다.


사실은, 저런 권고쯤이야 비검증 민간요법이라고 무시하려고 했다. 눕고 싶으니까! 하지만 어제 먹고 곧 누워 낮잠 자고 일어나서는 자기 전까지 기침이 한층 더 심해진 후 오늘 아침에 목에서 피맛 보고 나니 이제 조신하게 저 말을 잘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눕고 싶은데 못 누우니까 억울하기 그지없다. 게으름뱅이일수록 건강해야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스님이 되신 친구를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