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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생미셸 Jul 22. 2021

코로나 실향민

코로나로 싱가폴 재택 감옥에 갇힌 지 어언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상점 오피스 짐 모두 문을 닫는 강력한 락다운 조치인 서킷브레이커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 2월 이후 주욱 집에서 근무를 해왔다.


가택연금이나 다름 없는 락다운 기간동안 만난 사람이라곤 경비원 아저씨와 택배 배달원이 전부였던 공포의 3개월이 흐르고


몇차례의 세미 락다운과 해제를 밥먹듯이 한 싱가폴은 오늘부터 또다시 세미 락다운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코로나 종식 포기하고 공존 선택한다더니.


또다시 락다운이다.


식당에서 밥먹는것과 2인이상 집에 초대하는것이 모두 금지되고 짐, 교회 모두 문닫고, 모든 회사에 재택명령이 떨어졌다.


도대체 이런게 몇번째인지...


난 이미 화이자 백신 2차까지 맞고 내일부터 완전 면역에 들어가는데도 여전히 상황은 작년과 비슷하다.


덕분에 싱가포리안도, 영주권자도 아닌 취업비자 신분의 외노자인 나도 발이 묶여 버렸다.


부모님과 형제 얼굴을 못 본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취업비자 신분은 한번 국경을 넘으면 언제 재입국 허가가 내려질지 모르므로. 자칫하면 한국 한번 갔다가 못 돌아오고 직장도 잘릴 수 있다.


그렇게 못 돌아오다가 세금 문제 등이 불거지는 6개월 시한을 넘겨 직장에서 잘린 한국인들을 몇 몇 봤다.


이게 바로 코로나 실향민의 설움일까.


어려운 시기라 향수병 달랜답시고 선뜻 비행기를 타서 사직을 감수하기에도 힘들고.


사무치는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이와중에 엎친데덮친격으로


함께 지내고 있는 약혼자가 다음주에 유럽으로 한달반동안 연수를 떠난다. 돌아와서 격리하는 기간까지 합치면 2달이다.


참고로 이 친구는 영주권자라 격리 2주만 감수하면 자유로이 해외를 갔다올 수 있다. 옴짝달싹 못하고 발이 묶인 외노자와는 처지가 다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몸값을 올려 이직을 하고 유럽으로 한달반동안 연수까지 가게된 그 친구가 자랑스럽지만


내심 다시 코로나 고독 감옥에 갇혀 지낼 내자신이 심히 걱정스럽다.


코로나만 아니었음 휴가 쓰고 비행기표 끊어서 같이 유럽 나들이에 나설 생각에 들떠 있었을텐데.


실향민에 더해 롱디커플이 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다.


요즘 나의 꿈은 한국 땅을 밟아보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싱가포르라는 열대의 도시국가에 살아왔지만, 난 여전히 4계절이 익숙한 한국인이다.


올 가을 낙엽이 예쁘게 질 즈음에는 한국 땅을 밟아볼 수 있을까.


코로나로 겪는 이 모든 설움과 인고의 시간이 어서 웃어 넘길 추억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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