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외계커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생미셸 Aug 03. 2021

코로나 롱디 커플

결국 그는 네덜란드로 떠났다.

코로나 때문에 싱가폴에 발이 묶인 외국인 노동자인 나는 결국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코로나 난리통에도 굳이 신입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에서 하겠다는 남친의 새 회사도 웃기고

코로나 때문에 취업비자 홀더들은 한번 나가면 재입국을 못하게 하는 융통성 없는 싱가포르 정부도 웃기고


코로나 덕에 난생 처음 롱디 커플이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재택 일폭탄 근무도 버겁고

한국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밥벌이와 맞바꿔야 하는 씁쓸한 현실도 답답하고


이직은 어렵고 그대로 있자니 앞이 깜깜하고

그나마 곁에서 동지가 되어줬던 남친도 가고나니 코로나 생지옥이 따로 없다.


다국적 기업 경험과 삶의 질을 바꾼 대가로 난 10년째 연중 최저 온도 27도 최고 온도 34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후텁지근하고 무더운 열대의 나라에 살고 있는데.


그나마 돌파구가 되어준 여행마저 사라지고 나니 정말 현타가 오고, 코비드블루에라도 걸릴것만 같다.


아니 이미 걸린것 같다.

남친이 한달반을 보내야 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아무도 마스크를 안쓰고

코로나를 마치 계절독감 정도로 취급한다는데

이미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나라들 얘기가 마치 꿈만 같다.


난 아직 싱가폴에 갇혀서 이동의 자유를 꽁꽁 억압당하고 있는데...

이번달 말까지 모든 식당에서 식사는 금지, 밖에서는 최대 두명까지 만날 수 있다.


이런 규제와 속박의 나라에서 2년을 코로나로 허비하고 나니 그나마 코로나 규제와 개인의 자유를 적절히 안배하고 있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 내에선 클럽 등 유흥 업소 내 집단 감염 등을 이유로 불만이 많다는 건 알지만.


마스크를 아예 안쓰는 코로나 방역에 손놓고 있는 유럽도, 인간의 자유를 저당 잡고 코로나 제로 정책에혈안인 통제국가 싱가포르도 모두 정답은 아닌것 같다.


십년째 이나라에 살고도 영주권 신청에서 번번이 탈락, 재입국이 자유로운 영주권 그놈의 것이 없어, 이번 남친의 출장 마저 동행하지 못한 현실에서 온 불만인지도 모르지만.


코로나 방역과 국민들의 자유를 나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외국인들에게도 차별없이 백신을 순차적으로 제공하는 한국 정부가 그들보다는 낫다는 확신은 든다.


난 다행히 나이가 많아 백신 커트라인을 피해갔지만 종전까지만 해도 싱가폴은 자국민 우선주의를 통해 39세 이하 외국인대상자를 최후순위로 강등시켰었다.


물론 현재는 백신 집중 접종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해 외국인포함 전국민의 60프로이상이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상태다.


다음주 월요일은 싱가폴 독립기념일이다.


그 즈음에는 7개월째 펜딩상태인 그놈의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재입국 불허 걱정 없이 남친이 있는 네덜란드에 가볼 수 있을까.


노마드가 넘쳐나는 글로벌 시대에도 국경의 은 높기만 하다는 아이러니 속에 오늘도 홀로 날짜만 세고있다.


코로나 때문에 참 다양한 시련을 겪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실향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