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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생미셸 Sep 05. 2021

코로나 시국 네덜란드 입출국기1.

입국

하늘이 도왔을까.

원망과 그리움 섞인 눈물의 헤어짐이 있고나서 일주일 뒤인 8월 10일경.

드디어 빗장을 굳게 걸어 잠궜던 싱가폴 정부가 하늘길을 열었다.

코로나와 공존 한다더니 드.디.어. 나같은 외노자 Employment Visa Holder들도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다.

싱가폴 정부가 코로나를 이유로 올초부터 무기한 중단했던 재입국 허가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재입국이 불투명해 싱가폴에 갇혀 지냈던 나도 약혼자가 있는 네덜란드와 부모님과 가족이 있는 그리운 고국에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업데이트 된 싱가폴 이민국 문서를 곧장 뉴질랜드인 보쓰에게 들이밀며 "1년반동안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를 보지 못했다. 싱가폴 정부가 취업비자 소지 외국인들의 재입국 허가를 재개한만큼 한국에 다녀오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코로나만 아니었음 내 이동의 자유가 이리 부서장의 권한에 지배받는 일은 없었을텐데...씁쓸했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에 들이밀었던 제안은 예상 외로 쉽게 허락이 났다.


최근에 한명이 파퀴(파키스탄계 마귀, 내 직속상사 별명)의 폭정에 못이겨 다른팀으로 이적을 하고,  곧바로 다른 한명이 경쟁사로 배신이직을 하며 가드닝리브(gardening leave, 경쟁사로 이직시 보안 등의 이유로 노티스기간 없이 사직을 진행하는 것)를 받는등 부서 내 분위기가 흉흉해서인가.


향수병을 이유로 나까지 관둘까 겁이나서였을까. 흔쾌히 나의 한국행을 허락하고 한달간 한국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마케팅 캠페인 및 매주 진행되는 왜비나에는 지장이 없게한다는 조건이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곧바로 여행일정 짜기에 착수했다.


일단 약혼자가 있는 암스테르담에 갔다가 싱가폴을 찍고 한국을 갈것인가,  아님 한국에 갔다가 중간에 암스테르담을 다녀올 것인가?


근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신경쓸 게 한두개가아니었다.


일단 2안은 회사 모르게 네덜란드에도 다녀올 수 있지만, 한국에 두번 입국을 하게 되므로 격리면제서를 두번 사용해야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 쓸 수 없는 카드였다.


1안은 동선 상 회사에 명분도 주고 한국 격리면제 문제도 없기에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결국 고심끝에 1안을 선택했다.


다음은 네덜란드 입국을 위한 요건 알아보기.


네덜란드는 백신접종률이 67%정도고 점차 코로나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이라 백신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에 대한 제한이 크지 않았다.


싱가포르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에 2번 전화해서 재차 확인한 결과, 백신접종증서와 함께 격리면제확인서와 건강상태확인서를 제출하면 끝이었다.


첫번째 산은 넘었다.


실제로 네덜란드 입국때 마스크조차 안쓴 이민국 직원은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도장 쾅 찍으며


"First time in Holland? Enjoy your trip~"


했다.


초통제국가 싱가폴에 1년반을 갇혀지내다 갑자기 너무 헐렁한 통제에 난 그만 어리둥절 머쓱한 미소를 짓고 혹여나 거절될까 도망치듯 이민국 심사대를 벗어났다.


두번째로 암스테르담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갈시 필요한 사항이다.


역시 규제천국 싱가포르답게 여러가지 규제가 많았다.


일단 여정이 한묶음이 아니라서 경유가 안된다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혹시 회사에서 요구할 지 모르니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있어야 해서, 싱가포르 경유를 통해 한국으로 넘어가는 여정을 택했는데, 본인들이 처음에는 경유가 된다며 티켓을 끊어주고는 암스테르담 싱가폴 왕복티켓과 싱가폴 한국 왕복티켓은 별개라 경유가 안된다며 타항공사 티켓으로 연결편을 바꾸라는 것.


헐...난 이미 첫번째 싱가폴 암스테르담 왕복티켓의 첫장을 끊어 이미 암스테르담에 와 있는데 갑자기 연결편으로 타항공사 티켓을 끊으라니...


이 말은 곧 2번 싱가폴 한국 왕복티켓을 날리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타항공사를 알아보니 그날 싱가폴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아니라 태국 경유밖에는 없는데 어쩌라는 건지...


결국 암스테르담 싱가폴 편도 티켓까지 날리고 한국직항 핀에어를 알아보던차,  갑자기 전화안내직원은 무려 한시간만에 "경유가 된다"며 말을 바꿨다.


휴....하고 한숨을 내쉬고


다음으로 PCR test.


Google 폭풍검색 결과,  암스테르담에서는 감사하게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PCR test를 제공하고 있었다.


처음 와 본 암스테르담. 높은 백신접종률과 경미한 돌파감염증세를 이유로 대중 교통을 제외한 곳에선 마스크 착용자를 보기가 드문 나라라 지내는 동안 내내 어디서든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눈총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시스템 후지고 느리기로 유명한 유럽국가 치고 IT도 발달돼 있고 시스템도 빠릿빠릿 참 잘 돼 있는 신구가 조화된 나라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트램이나 버스 정류장마다 있는 도착시간알림판은 아시아에서도 겨우 한국이나 싱가포르(싱가폴도 드문드문 있다) 에서나 볼 수 있는 시설인데 암스테르담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참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돌파감염자가 되면 비행기 못탄다는 강박에 나는 마음 놓고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고, 여기저기 더 가고픈 마음도 꾹꾹 눌렀다.


오로지 코로나 롱디 커플이 될뻔한 우리 커플이 20일만에 재회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소중한 시간일뿐.


드디어 두근두근 PCR 1차 테스트.

장소는 암스테르담 레드라잇디스트릭트 근처의 작은 클리닉이었는데


온라인 예약후 받은 바코드를 찍고 여권을 보여주고 자필로 한장의 서류에 사인을 하고나니 진짜 무료로 검사진행.


이래서 선진국인가 싶기도 했다.

(순간 이런것조차 건당 200불을 받아내는 수전노 싱 모 국가를 생각하며 피식 코웃음을)


지난번 싱 영내 공해상 유람선 1박을 할때 한번 받아보긴 했으나,  콧 속을 헤집어 아프단 소문이 자자해 아플까봐 초긴장.


의자에 앉고 마스크를 벗었다.


"I have a sinusitis(부비동염. 실제로는 없지만), please do it gently.'


신신당부를 하고..


코에 긴 면봉같은것을 넣고 살살 긁어 후비더니


"끝났어.  결과는 한시간 내로 이메일로 갈거야."


신속한 결과와 친절함에 감탄,  또 감탄하며 클리닉을 나섰다.


그리고 한시간 뒤.


더치어로 쓰여진 스팸같은 이멜 이외엔 온게 없기에 "결과 언제 나오냐?" 물었더니,  그 스팸느낌 이멜이 검사결과랜다.


후다닥 이멜을 열고 신상정보 입력후 문자 OTP까지 입력후 결과 문서 오픈.


결과는 음성.


아~!!!! 이리도 기쁠수가.


원래 만성 기관지염 및 기관지 과민증이 있었던지라, 갑자기 마른 기침을 하기에 걱정 많이 했건만 천만다행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싱가폴로 13시간 비행 후 1시간 경유 후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라 나는 검사를 두번 연속 신청했다.


그다음날도 정상.


이제 비행기 타고 무사히 싱가폴에 가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내 소중한 400불을 아껴준 네덜란드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백신접종 많이 했어도 마스크는 좀...쓰자구요...


미국은 접종자도 마스크 쓰라고 한다고 한다.


난 집밖만 나가면 마스크온 이다.


워낙 고위험군이기도 하고말이다.


폐렴 2회 만성기관지천식질환자라...걸리면 큰일이므로...


드디어 약혼자와의 짧은 2주간의 상봉을 마치고 싱가폴 찍고 한국으로 가는 날.


오전 컨퍼런스콜이 있는 약혼자를 끌고 공항에 왔는데...


역시나...


갑자기 항공사직원이 "이거 PCR검사 맞냐"며.


내 결과지의 진위성을 의심. ㅡ.ㅡ


"아니. 너네 정부산하 클리닉에서 한건데 어쩌라고?"


따져도 소용 없고 1층밑에 블루데스크에 가보랜다.


비행기 출발 전에 넉넉히 왔으니 망정이지 촉박하게 왔으면 비행기 못탈 뻔 했다.


블루데스크 도착.


여기선 "이거 맞는데 뭐가 문제야"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결과지에 나온 바코드를 입력해 나온 풀 데이터를 출력해줬다.


그래도 이런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한 유럽국가가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결국 PCR 진위 다툼은 이쯤에서 해결...


약혼자의 컨콜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출국장으로 무거운 걸음을 떼는데


갑자기 훅 울화가 또 치밀어 올랐다.


'우리는 왜 대체 이런 이별을 겪어야 하는가?'


코로나만 아니었음 같이 자유로이 왔다가 자유로이 돌아갔을텐데


20일 생이별 후 2주간 함께 한 댓가로 우리 최소 1달반에서 최대 2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롱디커플로 지내야 하게 됐다.


이유는 복잡하다.


약혼자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은 9월 중순에 끝나는데 약혼자는 싱가포르에 돌아가 격리후 10월초에 자유인이 된다.


나는 9월초인 지금 한국에 갔다가 21일이상을 있어야 싱가폴에 돌아왔을때 시설이 아닌 자택격리가 가능하고, 자택격리 기간중에는 여행일정이 같지 않은 가족멤버와 같이 지낼 수가 없다.


결국 내가 싱가폴에 10월초에 돌아간다 셈쳐도 내가 자택격리를 마치는 10월중하순이나 되어야 약혼자 얼굴을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 코로나 잡는것도 좋지만 싱가폴 정부는 너무 유도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이건 코로나가 아니라 이참에 국민을 잡자는 심산인건지...ㅡ.ㅡ


백신접종자에게 PCR 3회 검사를 시키는대신 격리해제를 시켜주고, 시설이 아닌 자택격리를 허용해주는 한국 정부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선진적인지를 재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난 더더욱 안티 싱가폴이 된 사람 중 하나다.


이미 수많은 외국인 엑스펫들이 코로나를 빌미로 한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인권유린을 못견뎌 이 나라를 떴다.


난 직업의 터전이 여기이니 어쩔 수 없지만, 진심으로 한국정부 너무 욕만 하지 말자.


좋은 나라로 부풀려진 PR 선진국이 실은 미디어 통제와 나팔수 언론의 산물로 탄생한 허상인 걸 안 뒤에는 한국이 얼마나 균형잡힌 나라인지를 실감할 수 있을게다.


개인적으로 어서 한국이 싱가폴 홍콩처럼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아시아 허브로 도약해 나처럼 일하고픈 회사 때문에 살기 싫은 나라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좋겠다.


문제 없는 나라는 없다.  근데 한국은 너무 문제만 까발려져 있는 듯하다. 언론자유도가 프랑스보다도 높아서인건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너무 과도한 정부 몰매식 보도가 너무 과잉이다.


정부 비판은 1도 없는 싱가폴의 국가이미지 포장법을 조금만 배우도록 하자.


한국 충분히 잘 하고 있다.


(백신 공급 지연은 유감이지만 아시아 전체가 백신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고, 인구가 우리나라의 10프로도 안되는 싱가폴의 접종률과 비교해선 현실감이 없다)


사변이 길었다.


여튼.  난 지금 약혼자와 눈물의 생이별을 2번째 마치고 홀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올라 있다.


한시간이나 연착이 되었는데 한국행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착륙즉시 탑승구로 뛰어야하는 상황일텐데,  규제천국 싱가폴이 호락호락 경유를 시킬리 없고 또다시 엄청난 예상치못한 드라마가 펼쳐질 것만 같다.


일단 눈 좀 붙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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