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나도 나쁜 사람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으니 나도 이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덜 자랐으니 오전 시간을 이용한 파트타임 근무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기를 만 한 달 하고도 보름째.
직장 환경과 업무에 차차 적응이 되자 주변 사람들의 업무 태도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을 나에게 하나둘씩 미루는 것이, 부당한 대우가, 날이 선 말투가 소복소복 쌓여갔다.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말을 기분 나쁘게 해."
"사람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데, 나한테 일을 미뤄."
"나쁜 사람은 아닌데,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불쾌해."
_라고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다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왜 굳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라고 단서를 붙이는 걸까.
정말 그 사람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함께 일하는 사람이 업무상으로 나를 힘들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내게 있어 좋은 사람이 아닌 게 맞다.
직장 동료로서 나쁜 사람이다.
가족 또 친구에게는 좋은 사람일지라도 직장에서 만난 나에게는 그렇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나 역시 나쁜 사람일 것이다.
나를 나쁘게 여기고 있을 만한 사람들과 짐작 가능한 사건들이 있지만 굳이 적을 필요는 없겠지.
그냥 받아들이자.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 가족과 내 친구들이 보기에도 나는 좋은 사람일 테지만,
그렇지 않은 낯선 순간에서 내가 불리했던 어떤 상황에서 어느 누군가에게는 나도 나쁜 사람 역할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런 사건들은 계속 생길 것이다.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나의 배역 : 나쁜 사람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