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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Feb 22. 2021

비난속에 살고 있는 어느 소심쟁이의 일상

습관적으로 보던 일요일 저녁의 텔레비전 프로를 다 보고나니 11시가 다 되었다. 이제 잠들시간이다. 잠들고 나면 내일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눈은 이제 졸린데 마음은 자고 싶어하지 않는다. 조용히 쇼파에 앉아 텅빈 거실에서 꺼진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걸림없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일년전 이맘 때 삶의 무기력에 힘들어 휴직을 했었고 절망속으로 빠져드는 나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며 무기력의 늪을 벗어나려했다. 이제는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무기력의 늪은 언제고 나를 빠뜨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무기력은 그렇게 어느 순간에나 나에게 노출되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 스스로가 이제는 어느정도의 무기력은 감당하고 빠져나올 수 있다고 나를 믿는 것이였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출근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했다. 지금은 최소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의욕까지는 아니지만 노력은 할 수 있는 마음상태가 되었다. 예전에는 단 5분도 집중할 수 없는 초조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학습할 수 있는 집중력정도는 생겼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일찍 나에게 이런 마음 가짐이 주어졌더라도 인생이라는 시간에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일찍 시작해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냥 내 마음이 이런 상태가 된것에 감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라는 곳은 늘 나의 마음을 시험에 놓이게 한다. 올해는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고 일한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 모든 것이 처음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업무적인 자신감이 없었다. 아니 능숙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업무 지식이 없었다. 회사를 다닌지도 10년이 넘어가는데 모든 것이 두렵다. 신입사원의 패기가 없어지면 경력직이라는 능숙함이 있어야 하는데 난 지금 패기와 능숙함이 없는 경력직이 되어 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늘 이런 물음이 나를 따라다녔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약이 나를 변하게 만들지 않았나. 나는 이렇게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였는데. 다른 동기나 직원들은 각자의 일을 잘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늘 제자리 걸음인 걸까. 이런 자책의 순간에 하나의 불씨가 당겨지면 마음속은 활활타는 무기력의 향연이 된다. 그건 비난이였다.

타인이 내게 하는 비난은 내가 나에게 하는 비난 이상 만큼이나 강력하다. 내가 나에게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을 남이 나에게 비난하는 순간이 오면 나는 그 모든 것들로 나를 규정하고 만다. 그러면 그 생각은 내 마음속에 자리잡아 내 마음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내일도 비난속에 있는 내가 두려워 출근하기 싫어지는 나를 발견한다. 비난 받을까 두려워 주어지는 업무에도 자신이 없어진다. 아마도 일상적인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업무를 받는 자세는 이럴 모습일 것이다.  

    

업무 성격 파악하기-> 계획하기 -> 모르는 부분은 알아보기-> 조사하기-> 해결하기      


이런 모습들이 순서대로 되는 것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해결해나간다면 그 모습 또한 옳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비난 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빈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나를 비난의 과녁에 세워두는 것일 것이다. 


내일도 있을 비난앞에 무기력한 내 모습이 너무 싫다.

 

혹자는 타인의 기준에 맞쳐 내가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남이 하는 비난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나를 배려하지 않고 남이 하는 말에 일일이 대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왕이면 남에게 비난을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사람들의 대부분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비난하기 마련인 것 같다. 최소한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그러했다. 주위를 보더라도 자기 의견이 강하고 강력하게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남들의 비난에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그런 사람들은 비난을 잘 받지 않는다. 비난하는 사람 역시 비난 받는 사람이 수긍해야 계속 비난을 하는 것 같다. 최소한 나는 강력하게 나를 어필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진짜 무능력하게 행동하니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찌됐건 남이 하는 비난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어떻해야 그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비난을 타인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남이 하는 어쩔 수 없는 비난을 수긍하고 내 기준으로 삼기 보다는 그냥 타인이 나에게 하는 생각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남이 하는 비난중에서 필요한 정보는 내것으로 만들고 나머지 것들은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것은 온전히 그 사람의 생각과 기준에 의해서 나온 것이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기준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나를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의연한 태도가 답인 것 같다. 내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들로부터 의연한 태도 말이다. 그 말은 내가 나를 믿는 것에서도부터 출발하는 것 같다. 지금은 당장 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노력하는 시간들 속에서 그런 것들은 나중에 얼마든지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먼 훗날을 생각하자. 지금 있는 일들이 밑거름이 되어 또 다른 나를 만들겠지만 먼 훗날이면 이런 비난들이 정말 아무일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내가 과거에 있엇던 정말 안좋았던 기억들이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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