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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유 Nov 21. 2024

미모사리스, 나의 리스 이야기

요즘 작업실에 넘쳐나는 작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일부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들은 정리해서 치우고, 일부 마음에 들지만 많이 변한 작품은 새로 리터치해두고 있다. 

처음 만든 미모사리스

2년전에 만들어둔 미모사리스를 작년에 리터치하고 가지고 있으면서 작업실 한쪽 벽 구석에 걸어두었었는데 정리를 하면서 발견했다. 올해에 이번 가을에 헬리클리썸과 가을의 색을 더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 미모사리스는, 나와 함께 성장한 작은 세계 같다.


매년 겨울에는 미모사리스를 꼭 만들게 된다. 왠지 추운 겨울날 노란색의 미모사는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미모사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꽃이었다. 그 설렘을 담아 리스를 만들었다. 생화가 드라이로 변해갈 때마다 미모사의 노란빛이 조금씩 옅어지는 걸 보면서도, 그 변화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치 하루하루 쌓여가는 내 시간들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 겨울에는 리터치도 했다.


미모사가 갈변되어 미모사리스가 지친 듯 보일 때 새로운 미모사를 더했다. 잊고 있던 부분을 다시 손보고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계속 다듬어가면 된다는 걸 리스가 가르쳐줬다.

일년 뒤 미모사로 리터치 한 리스 

올가을엔 헬리클리썸과 천일홍, 등 가을컬러와 잘 맞고 모양이 잘 맞는 소재를 찾아 리스에 더해주었다. 처음 꽃을 시작했을 때는 어려웠던 일들이 이제는 어렵지 않다. 


헬리클리썸은 마치 가을의 숨결을 담고 있는 듯했다. 리스에 더하니, 겨울의 미모사가 가을의 헬리클리썸과 나란히 어우러졌다. 계절이 이어지는 듯한 풍경이 참 따뜻했다. 그 장면을 보며, 나의 시간들도 이렇게 겹겹이 쌓이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플라워는 나의 성장의 기록이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래고 형태가 달라진다.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리터치를 통해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마치 나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것 같다. 미완성이어도 괜찮다. 계속 다듬어가면 되니까.


곧 겨울이다. 올해도 미모사가 다시 시장에 나오겠지. 새로운 리스를 만들어볼까 고민하면서도, 2년을 함께한 리스가 너무 소중해서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또 다른 계절을 담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날이 오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지난 나의 작품을 바라본다.


우리의 시간도, 꽃처럼 변하고 피어나기를.

이번 가을에 헬리클리썸을 더해서 새로 만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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